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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해상도 눈 띄운다”…아리랑7호, 차세대 위성산업 분기점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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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해상도 지구관측 위성이 한국의 독자 우주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준비를 마쳤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으로 발사체 기술을 재확인한 데 이어, 국산 위성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7호가 실전 배치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발사체와 위성이라는 우주 개발의 두 축이 연이어 성과를 내면서, 한국의 우주산업이 독자 생태계 단계로 진입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사가 고해상도 지구관측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재정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된 아리랑7호는 한국시간 기준 12월 1일 새벽 2시 21분 남미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유럽 발사체 베가 C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궤도 고도는 약 600킬로미터이며, 발사 후 초기 운용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임무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리랑7호의 핵심 경쟁력은 초고해상도 관측 능력이다. 위성에는 흑백 기준 0점3미터, 컬러 기준 1점12미터급 해상도를 구현하는 광학 및 적외선 복합 센서가 탑재됐다. 고도 600킬로미터 상공에서 지상 약 30센티미터 크기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업용 지구관측 위성 가운데 미국과 중국 등 일부 우주 강국만이 보유한 최고 등급 해상도에 근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6호가 제공하던 0점5미터급 해상도와 비교하면, 아리랑7호의 관측 정밀도는 약 2배 향상됐다. 임무 수명은 약 4년으로, 기간 동안 한반도와 주요 글로벌 전략 지역을 반복 관측하며 고정밀 영상을 생산하게 된다.

 

아리랑7호는 위성체와 탑재체 전 영역을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한 점에서 국산 위성공학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특히 초고해상도 광학탑재체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 위성 최초로 고정밀 자세제어 장치인 제어모멘트자이로 CMG를 장착했다. CMG는 회전하는 로터의 각운동량을 이용해 위성 자세를 빠르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장치로, 아리랑7호는 이 시스템을 통해 초당 2도 이상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관측 목표 지역을 신속히 포착하고 촬영 중 흔들림을 최소화해 0점3미터급 영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대용량 영상 데이터 처리 아키텍처도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아리랑7호 광학탑재체는 고정밀 광학계와 더불어 전자광학, 영상 저장·처리 모듈에 국내 위성 최초로 광전송 기술을 도입했다. 테라비트 단위 이상 저장 공간을 확보해 대량의 지구관측 자료를 기내에 축적할 수 있고, 이를 제한된 지상국 접속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내려보내기 위해 고속 병렬처리에 기반한 실시간 압축 및 암호화 기술을 적용했다.

 

지상 영상처리 시스템 역시 병렬처리 알고리즘을 채택해, 위성으로부터 수신한 원시 영상으로부터 1차 기하보정 영상 생성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15분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관측에서 활용 가능한 정보 생산까지의 리드타임을 단축해 재난, 안보, 인프라 관리 등 실시간성 요구가 높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효용을 높이려는 설계다.

 

아리랑7호의 주요 임무는 국가 안보, 재난 대응, 환경 감시, 도시·인프라 관리 등 공공 전반을 아우른다.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전략 거점을 정밀 촬영해 안보 정보 수집에 활용하고, 산불·홍수 등 대형 재해 발생 시 피해 지역을 신속하게 촬영해 정밀 피해 분석 자료를 제공할 전망이다. 또한 국토·해안선 변화 모니터링, 도시 열섬 현상과 같은 기후변화 지표 관측, 농업·임업 자원 관리 등에서도 고해상도 영상이 활용될 수 있다.

 

업계는 아리랑7호가 공공 수요를 넘어 민간 산업에도 파급력을 줄 것으로 본다. 초고해상도 영상은 스마트시티 설계, 교통·물류 인프라 최적화, 에너지 설비 점검, 보험·금융 리스크 평가, 위치기반 서비스 정밀도 향상 등 다양한 신사업의 기반 데이터가 된다. 특히 민간 기업과의 데이터 공유·활용 모델이 자리잡을 경우, 상업용 위성영상 시장 진출에도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사체 측면에서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4차 성공이 아리랑7호와 맞물려 상징성을 더한다. 11월 27일 새벽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위성 등 총 13기 위성을 목표궤도인 600킬로미터 상공에 성공적으로 분리·안착시켰다. 첫 야간 발사였던 이번 4차 발사에서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과 조립을 총괄하며 민간 주도 우주개발 체제로의 전환 시험대 역할도 수행했다.

 

누리호가 한국의 독자 우주수송 능력을 다시 한 번 내외부에 확인시켰다면, 아리랑7호는 확보한 발사 인프라 위에서 고성능 위성 활용 역량을 입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발사체와 위성 양쪽에서 연속 성과가 이어질 경우, 한국 우주개발이 단발성 과제가 아닌 자립적·지속가능 시스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초고해상도 지구관측 위성을 앞세운 데이터 비즈니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면이다. 미국은 민간 위성사업자를 중심으로 0점3미터급 상업용 영상을 제공하며 정보·보안·지도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고, 중국 또한 군용·민수 겸용 고해상도 위성을 연속 발사해 관측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이 아리랑7호를 통해 동급 수준의 해상도를 독자 개발·운용한다면, 정부 안보 역량뿐 아니라 상용 데이터 시장에서의 기술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제도 측면에서는 고해상도 영상의 보안 관리와 민간 활용 간 균형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안보상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 만큼 영상 활용 범위, 해상도 공개 수준, 해외 제공 기준 등을 둘러싼 세부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 동시에 민간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일정 수준 이하 해상도 데이터의 개방, 스타트업 참여를 위한 위성데이터 플랫폼 확대 등 정책적 지원 요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7호가 기술·산업 양면에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우연은 아리랑7호가 위성 본체와 탑재체를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해, 한국이 초고해상도 광학관측 위성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수 국내 기업이 개발과 제작에 참여한 만큼, 우주산업 생태계 확장과 상업용 위성시장 진입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리랑 시리즈는 1999년 발사된 아리랑1호를 시작으로 25년 넘게 이어져 온 장기 프로그램이다. 연구진은 이번 7호 발사가 정밀관측을 넘어 통신, 심우주 탐사, 기후관측 등으로 확장되는 한국 우주기술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계는 아리랑7호가 실제 상용 데이터 시장에서 어느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지, 그리고 누리호와의 결합을 통해 완성형 우주서비스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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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7호#누리호4차발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