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양자컴퓨터 위협 논쟁 격화…비트코인, 해킹보다 합의 구조가 더 취약하다는 지적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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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양자컴퓨터 시대를 앞두고 기술 자체보다 합의 구조 측면에서 더 큰 시험대에 올랐다. 양자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 자산 보안만이 아니라 규칙 변경의 정당성과 커뮤니티 의사결정이 동시에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의 거버넌스 철학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비트코인합의위협을 둘러싼 최근 논쟁의 초점은 해킹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오래된 지갑을 어떻게 다룰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취약 자산을 정의할지에 맞춰지고 있다. 시가총액과 상징성이 가장 큰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지만, 양자 위협을 둘러싼 논의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의사결정 구조가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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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합의위협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온체인 분석가 제임스 체크와 시장 리서치 기관 관계자들이 양자컴퓨터에 대응하는 방식을 두고 공개 논쟁을 벌이면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양자 저항 기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기존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문제로 규정했다. 특히 수년간 움직이지 않은 지갑을 강제로 동결하거나 특정 시점 이후의 이전만 유효하다고 선언하는 방안은 코드상 구현은 가능해도 커뮤니티가 수용하기 어려운 정치적 선택에 가깝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온체인 통계는 이런 논쟁이 가정적 논의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온체인 데이터 제공사 비트보에 따르면 전체 비트코인의 32.4퍼센트가 최근 5년간 한 번도 이동하지 않았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7년 이상 같은 주소에 묶여 있다. 시장에서는 이 물량을 두고 영구 유실된 코인이라는 해석과 초장기 보유자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팽팽히 맞선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 구조를 무력화하는 순간 지금까지 사실상 유통에서 빠져 있던 코인이 일시에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가격 충격뿐 아니라 네트워크 신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편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대응 전략은 비트코인합의위협 논의와 대비를 이룬다. 프라이버시 코인인 지캐시는 양자 공격을 먼 미래의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 위협으로 전제하고, 공격 발생 시점에 네트워크를 일시 중단한 뒤 업그레이드된 규칙으로 복구하는 양자 복구 가능성 개념을 제시했다. 모든 이용자가 자산을 되찾을 수 있는 절차를 우선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프로토콜을 과감히 멈출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구조다. 합의가 느리고 보수적인 비트코인과 달리 지캐시는 여러 조직이 분산 참여하는 체계를 위기 대응 속도 측면에서의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양자컴퓨터 개발 속도에 대한 상반된 전망이 자리한다.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 비탈릭 부테린은 쇼어 알고리즘을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장비가 2028년 전후 등장할 수 있다며 타원곡선 암호 구조 전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요 퍼블릭 블록체인이 양자 저항 서명 체계로의 전환 시나리오를 미리 설계하지 않을 경우, 특정 시점 이후 대규모 취약 자산이 한꺼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일부 비트코인 진영 인사들은 실제 위협이 가시화되기까지 20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장기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선제적 규칙 변경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속도와 비용, 공격자 입장에서의 경제성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기술적 완성도보다 경제적 유인이 더 큰 제약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뒤따른다. 시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은 곧 정책 우선순위, 그리고 어느 정도의 보안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탈중앙성과 규칙 안정성을 지킬지에 대한 철학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자 위협 논쟁이 결국 누가 어떤 정당성을 갖고 규칙을 바꾸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본다. 오래된 주소를 별도 보호 대상으로 분류할지, 공격에 따른 손실과 가격 조정을 시장 자율에 맡길지, 혹은 위기 국면에서 네트워크를 멈추는 강수를 둘지에 따라 합의 체계에 대한 신뢰도와 네트워크 가치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양자컴퓨터가 현실적 변수로 떠오르는 과정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전체 디지털 자산 시장에 코드와 커뮤니티 중 어느 쪽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할지에 대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으며, 향후 규제 방향과 투자자 신뢰 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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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합의위협#비탈릭부테린#지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