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에 의원직은 유지”…검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항소 고심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국민의힘의 셈법이 막판까지 엇갈리고 있다. 항소 시한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양측 모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부담과 형사 재판 전략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2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이 선고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및 당직자 26명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항소 시한은 27일까지지만, 이날 오후까지 검찰과 피고인 측 어느 쪽도 법원에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항소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판결문 분석과 내부 검토를 진행하면서도 막판까지 최종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1심에서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 6명은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벌금 액수는 나경원 의원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총 2천400만원, 이철규 의원이 550만원 등으로 다양하게 정해졌다. 다만 국회법 위반 벌금 5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의원직 상실 사유가 되는데, 이 기준에는 모두 미치지 않았다. 형이 이대로 확정되면 현역 의원 전원이 금배지는 유지하게 된다.
선고 형량이 검찰의 구형보다 크게 낮았다는 점은 검찰 내부 고민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검찰은 나경원 의원에 대해 징역 2년을, 송언석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을 각각 구형하며 엄정 처벌을 요구했었다. 반면 이철규 의원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구형하는 등 피고인별로 구형 수준에 차이를 뒀다. 특히 이철규 의원의 경우 1심 형량이 벌금 550만원으로 확정되더라도 항소를 통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검찰이 구형과 선고의 격차를 근거로 형량 부당을 주장하며 소위 ‘기계적 항소’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이 유사 사건에서의 기준 유지와 향후 국회 관련 사건 처리 방향을 고려해 항소 카드를 놓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정치적 판단과 법률 전략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전현직 의원과 당직자 등 피고인 26명 가운데 이날까지 항소장을 제출한 인물은 없다. 당사자들은 유죄 판결에 대한 불복 의지를 내세우면서도, 항소로 재판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따져보는 모습이다.
나경원 의원은 1심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법원은 우리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면서도 "무죄 선고가 나오지 않은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법원의 판단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항소를 통해 완전한 무죄를 다퉈야 한다는 여지 역시 남겨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향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선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항소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다만 항소 판단엔 리스크도 존재한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유지되거나 감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법원의 판단이 더 엄격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현역 의원들의 경우 의원직 상실 하한선에 근접한 벌금형으로 상향될 경우 정치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게 된다. 여권 내부에서 신중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항소가 제기될 경우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간다. 항소장은 원심 법원인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접수하며, 이후 항소이유서는 항소심을 맡게 될 서울고등법원에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항소심에선 국회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 취지, 당시 물리적 충돌 경위, 국회선진화법 적용 기준 등이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검찰과 국민의힘의 선택에 따라 향후 국회 관행에 미칠 파장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항소 없이 1심이 확정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에 대한 사법적 평가가 사실상 매듭지어지지만, 항소심으로 이어질 경우 입법부와 사법부, 그리고 여야 간 책임 공방이 다시 거세질 여지도 크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패스트트랙 제도 운영 방식과 물리력 행사 방지 장치를 보완하는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정치권은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사법 절차의 귀결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