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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가 여는 몰입형 출근길…단국대·동국대, 네트워크 패러다임 경고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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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던 출근길이 6G 시대에는 VR과 스마트안경 중심의 몰입형 경험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학계에서 나왔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특성을 앞세운 6세대 이동통신이 단순한 데이터 속도 경쟁을 넘어, 일상과 산업 구조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경쟁과 함께, AI 기반 전파정책과 디지털 포용 전략을 서둘러 준비해야 할 시점으로 보고 있다.

 

최수한 단국대 모바일시스템공학과 교수는 4일 오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개최한 제7회 통신산업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6G 시대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하철에서 신문에서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옮겨간 변화에 이어, 향후 10년 안에는 VR 기기나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개인 맞춤형 가상공간에 몰입하는 출근길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지속시간과 단말 성능, 초고속 무선망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특히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확장현실처럼 사용자가 이동 중에도 활용하는 디바이스가 6G와 맞물려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과 메타 등 글로벌 단말 제조사들이 이미 다양한 헤드셋과 웨어러블을 내놓으면서 하드웨어 기반을 넓히는 가운데, 실제로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려면 초당 전송 데이터량이 크게 늘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5G에서도 고해상도 스트리밍이 가능하지만, 완전한 실감형 XR 서비스는 전송 속도와 지연 시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6G 환경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6G 논의에서 핵심 키워드로 꼽히는 것은 몰입형 경험, 초연결성, 초저지연이다. 단순 속도가 아닌, 수많은 기기와 센서, 로봇, 차량이 동시에 네트워크에 접속해 서로 실시간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된다. 이런 구조에서 통신 트래픽과 지연을 획기적으로 줄일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단말간 직접 통신, 이른바 D2D 기술이다.

 

최 교수는 D2D를 블루투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설명했다. 기지국 같은 중앙 인프라를 거치지 않고 주변 단말끼리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조로, 로봇이나 드론이 다수 투입되는 산업 현장에서 통신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대의 로봇이 공장 내에서 협업 미션을 수행할 때, 모든 제어 신호를 기지국과 코어망을 경유해 전달하면 지연이 쌓이고 네트워크 비용도 커진다. 반면 인접 단말끼리 D2D로 직접 메시지를 교환하면 응답 속도와 신뢰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도심 상공을 나는 드론 간 통신도 마찬가지다. 충돌 방지를 위한 위치 정보, 배터리 상태, 임무 변경 사항을 인근 드론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다면, 중간 인프라 장애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재난 상황처럼 기지국이 손상되거나 고립된 지역에서는 D2D가 임시 통신망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공공 안전 분야에서도 활용 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G 네트워크의 또 다른 축으로는 AI가 부상하고 있다. 황승훈 동국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같은 행사에서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이어진 전통적인 이동통신 정책의 관점을 전환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5G 이후, 특히 6G 환경에서는 망 운영과 주파수 할당, 자원 최적화 전 과정에 AI 기반 의사결정이 깊숙이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혁신기에는 선도와 추격, 종속과 피종속 관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ICT 네트워크에서 AI가 핵심 혁신 요소로 작동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주파수 정책과 네트워크 규제를 AI 친화적 구조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지국이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빔 포밍 패턴과 출력을 조정하거나, 트래픽 수요를 예측해 자원을 선제 배분하는 자가 최적화 네트워크 개념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6G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주요 기업과 연구기관은 차세대 주파수 대역 후보군, 위성과 지상망을 아우르는 통합 네트워크 구조, AI 네이티브 코어망 설계 등을 놓고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와 장비, 반도체 업체들 역시 6G 백홀과 기지국 칩셋, 초고주파 안테나 등에서 연구를 서두르지만, 표준화와 장비 생태계는 글로벌 협력과 규제 환경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산업 생산성뿐 아니라 사회적 포용에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황 교수는 6G 시대에 디지털 소외 계층을 어떻게 포용할지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연결 인프라가 고령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새로운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기기 접근성과 이용 요금,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 문제 해결 관점에서 공공 서비스, 원격 교육, 의료 접근성 개선에 6G를 연계하는 서비스 발굴도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6G가 가상현실 출근길과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비스뿐 아니라, 공장 자동화, 물류, 재난 대응, 원격 의료 등 실질적 인프라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AI 기반 네트워크 운영에 따른 알고리즘 투명성, 데이터 보호, 전파 정책 재정의 등 제도적 과제도 병행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산업계와 정부가 기술 로드맵과 정책 방향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6G 시대 주도권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어, 통신 업계는 차세대 네트워크 전략이 실제 시장과 사회 전반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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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한#6g#단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