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금리 인상 가능성 주목”…뉴욕증시, 비트코인 급락 속 위험회피 심리 확대
12월 1일(현지시각 기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비트코인 급락이 겹치며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위험자산 회피 정서가 12월 첫 거래일부터 부각되면서 미국(USA)뿐 아니라 유럽(Europe) 금융시장에도 경계 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지시각 기준 1일 오전 10시 22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63.89포인트(0.55%) 내린 4만7,452.5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2.21포인트(0.47%) 떨어진 6,816.88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133.61포인트(0.57%) 하락한 2만3,232.08에 거래됐다. 주요 지수 모두 12월 첫 거래일을 약세로 시작하며 투자심리 둔화를 반영했다.

시장의 초점은 일본(Japan)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맞춰졌다. 투자자들은 BOJ가 이달 중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끝내고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로 상징되던 초완화 기조가 바뀔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 자금 흐름이 뒤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BOJ의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되면서 저금리 엔화를 차입해 미국 주식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졌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축소될 경우 글로벌 유동성 여건이 긴축되는 방향으로 작용해 주식 등 위험자산 매도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이 뉴욕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BOJ가 실제 정책 전환에 나설 경우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채권·외환·주식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더해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8만5천달러 아래로 밀리며 약세를 보이자,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조정 우려가 불거졌다. 비트코인 하락은 코인 시장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동시에, 고위험 자산에서 위험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4.61% 떨어지며 가상자산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경제 지표는 혼조를 나타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1월 제조업 지표 가운데 S&P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2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51.9를 소폭 상회했다. 기준선인 50을 웃돌며 제조업이 확장 국면에 있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반면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11월 제조업 PMI는 48.2로 집계돼 시장 컨센서스인 48.6을 밑돌았다. 50 아래 수치가 위축을 뜻한다는 점에서 제조업 경기에 대한 해석은 엇갈렸다. 같은 제조업을 바라보는 두 지표가 서로 다른 신호를 내면서, 경기 흐름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예정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에도 주목하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연준이 통상적으로 채택하는 침묵 기간에 들어가는 만큼,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구체적 신호를 내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릴 수 있는 매파 또는 비둘기적 뉘앙스를 가늠하기 위해 연설 문구 하나하나를 해석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로버트 셰인 블랑케 셰인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조정 국면으로 진단했다. 그는 “주식은 현재 소화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주식의 배경은 강하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완화 전환 기대가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한 셈이다.
업종별로는 에너지와 임의소비재 섹터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반면 유틸리티와 부동산 관련 업종은 약세 흐름을 보이며 방어주와 금리 민감주의 차별화가 나타났다. 에너지 업종 강세 배경에는 국제 유가 상승이 자리잡고 있다. 같은 시각 기준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9.49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61% 상승했다. 위험자산 조정 흐름과 달리 원유 가격은 공급·수요 요인을 반영해 오름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시놉시스가 돋보였다. 시놉시스 주가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다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4% 넘게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시놉시스 보통주 20억달러 규모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협력이 강화되면서 양사 모두 중장기 성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바이오 기업 모더나는 급락세를 보였다. 모더나 주가는 자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미국 아동 10명의 사망 사례와 연관됐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부 메모 내용이 알려지면서 6% 가까이 하락했다. 메모에서 FDA 백신 책임자인 비나이 프라사드 박사는 “FDA는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미국 아동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내부 검토 결과 최소 10명의 아동 사망이 코로나19 백신과 연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백신 안전성 논쟁을 다시 부각시키며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뉴욕 시장의 약세 기류는 유럽 증시에도 일부 전이됐다. 유로존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0.20% 하락한 5,657.00에 거래됐다. 영국(UK) FTSE100 지수는 0.05% 소폭 상승했지만, 프랑스(France) CAC40 지수와 독일(Germany) DAX 지수는 각각 0.28%, 0.97% 떨어졌다.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 가능성이 글로벌 자금 흐름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유럽 주요국 증시도 경계심이 반영된 혼조 양상을 보였다.
일본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전환과 맞물려 글로벌 자금 흐름과 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기에 비트코인 급락과 백신 안전성 논쟁 등 개별 이슈가 더해지면서 뉴욕증시의 단기 흐름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BOJ의 향후 결정과 연준의 금리 경로, 그리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 여부가 연말·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각국 통화정책과 시장 반응의 상호 작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