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래 매물에 가격 급락”…트럼프 비관세 발표에도 암호화폐 시장 약세 장기화 전망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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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7일, 미국(USA)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 관세와 관련한 언급 없이 공식 발표를 진행했음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전일 대비 3%가량 하락하며 3조6천억 달러 수준으로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 이슈와 별도로 시장 내부의 매도 압력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며, 대형 투자자(소위 ‘고래’)들의 적극적 공매도와 채굴자들 매도세, 금(金)으로의 자금 이동이 맞물려 글로벌 투자심리가 약화된 맥락에서 발생했다.

 

트레이딩뷰(TradingView) 등 글로벌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의 발표 직전, 비트코인 고래 한 명이 1억2,700만 달러 규모의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주 트럼프의 ‘중국 100% 관세’ 발언 때도 7억3,5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공매도가 있었던 동일 인물로 추정되며, 암호화폐 가격이 트럼프 정책 변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날 비트코인은 하루 최고가 11만1,000달러에서 단기 급락하는 등 구조적 하락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비관세 발표에도 암호화폐 시장 약세 지속…고래 매도 압력·금 선호로 하락세 확대
트럼프 비관세 발표에도 암호화폐 시장 약세 지속…고래 매도 압력·금 선호로 하락세 확대

채굴자들의 대규모 매도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최근 일주일간 5만1,000BTC가 거래소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중 1만4,000BTC가 유입돼 지난 7월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통적으로 장기 홀드에 나서던 채굴자 집단에도 현 시세에 대한 위험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초기 투자자(OG 고래) 그룹 역시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인 12만6,000달러를 돌파한 뒤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며 단기적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이와 동시에 ‘금’이 통화 가치 하락에 대비한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으면서 투자자금 일부가 비트코인에서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플러(Plur)는 “금이 올해 들어 비트코인의 시장 모멘텀 일부를 흡수했다”면서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4년 주기론상 고점부근에 자리했고, 주요 보유자들의 매도세에 영향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USA) 월가 일각에서는 최근 금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금 가격 흐름에 60~90일 시차를 두고 동조함에 따라 향후 반등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같은 매도 압력과 투자심리 위축은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불러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CNBC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암호화폐를 포함한 대체투자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하다”며 구조적으로 금 선호가 강한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 해소 시점에 암호화폐 시장 또한 급격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지만, 당분간은 고래 투자자 매도와 투자심리 냉각, 투기 수요 과열 등으로 불안정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가격 하락이 국제 자금 흐름 변화와 투자자 행동 변화의 신호로 해석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 리스크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현 시장 심리가 언제 정상 회복세로 전환될지 주목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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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비트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