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상위 0.1퍼 연 50억…1인 미디어 양극화 심화
온라인 플랫폼 기반 1인 미디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상위권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소득 양극화가 한층 심해지고 있다. 광고와 협찬뿐 아니라 유료 구독, 슈퍼챗, 팬덤 후원 등 디지털 결제 구조가 정교해지면서, 상위 0.1퍼센트 창작자는 연 50억 원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리는 반면 대다수 창작자는 생계형 수익에 머무르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알고리즘이 구독자와 시청 시간을 소수 채널에 집중시키는 현상이 수익 불균형을 키우는 한편, 비과세나 미신고 후원금이 많아 조세 형평성 논란도 커질 수 있다고 본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1인 미디어 창작자 상위 0.1퍼센트의 1인당 평균 수입금액은 49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9억 2000만 원에서 3년 만에 약 2.5배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상위 0.1퍼센트로 분류된 신고 인원도 9명에서 24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슈퍼 헤드’에 해당하는 초고수익 창작자 풀 자체가 넓어졌다는 의미다.

소득 집중도는 더 가팔라졌다. 2023년 1인 미디어 창작자 전체가 벌어들인 수입은 1조 7778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상위 10퍼센트가 가져간 금액만 8963억 원으로 전체의 50.4퍼센트를 차지했다. 상위 1퍼센트의 평균 수입도 2020년 8억 5000만 원에서 2023년 13억 3000만 원으로 크게 늘었고, 상위 10퍼센트 역시 같은 기간 2억 8000만 원에서 3억 6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상위 10퍼센트가 절반을 가져가는’ 플랫폼형 수익 구조가 더 선명해진 셈이다.
반면 1인 미디어 시장 자체는 저변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전체 1인 미디어 창작자 신고 인원은 2020년 9418명에서 2023년 2만 4673명으로 3년 새 약 2.6배로 늘었다. 누구나 카메라와 편집 도구, 스트리밍 소프트웨어만으로 진입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특성이 수치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다만 전체 참여자 수가 늘어날수록, 플랫폼 상단에 위치한 일부 채널로 조회수와 광고 단가가 몰리는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구조로 보인다.
IT 관점에서 보면 유튜브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은 추천 알고리즘과 광고 경매 시스템을 통해 시청 시간과 참여도가 높은 채널 중심으로 광고 단가를 높이는 구조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상위 채널은 더 많은 노출과 광고 수익, 브랜드 협찬을 확보하며 선순환을 타지만, 하위 채널은 알고리즘 접근성이 떨어져 성장 기회가 제한되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재편되는 전형적인 ‘디지털 슈퍼스타 경제’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위 1퍼센트 미만 유튜버가 전체 광고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가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플랫폼이 창작자 보상 정책을 세분화하고, 쇼츠나 라이브 커머스 등 신규 포맷을 통해 중소 채널 수익 다변화를 시도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다변화, MCN과의 계약 구조 개선, 후원 기반 수익 모델 정교화 등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되지만, 시장 메커니즘만으로 구조적 쏠림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세제 측면에서는 과세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규근 의원은 “1인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반면 개인 계좌를 통한 후원금에 대한 과세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후원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계좌이체나 간편송금으로 들어오는 수익은 사업소득으로 제대로 포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차 의원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후원금 수취 계좌를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1인 미디어 산업이 IT 기반 창작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조세 형평성과 디지털 노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실질적으로는 소수 상위 창작자에게 광고와 후원이 집중되는 구조에서, 다수의 중소 크리에이터는 불안정한 수입과 과도한 경쟁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산업계는 플랫폼 알고리즘 투명성과 수익 배분 구조, 정부의 세제 정비가 어떤 방향으로 맞물릴지에 따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 경로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와 정책당국 모두, 1인 미디어 시장이 양극화만 키우는 구조로 굳어질지, 지속 가능한 디지털 창작 생태계로 전환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