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AI로 거짓 구인광고 잡는다…정부 민간 플랫폼 공조

신도현 기자
입력

인공지능 기반 모니터링 기술이 온라인 채용 시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민간 구인구직 플랫폼과 손잡고 불법과 거짓 구인광고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통합 체계를 구축하기로 하면서다. 취업 사기를 노린 해외 고수익 알선 광고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감시 시스템과 플랫폼 책임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 구직자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채용 서비스 전반의 신뢰도와 보안 수준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3일 민간 구인구직 플랫폼을 대상으로 통합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인공지능 기반 불법 거짓 광고 검증 기술을 도입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캄보디아 등 해외로의 고수익 취업을 내세운 허위 광고가 대형 취업포털과 SNS를 통해 확산되며 범죄 가담과 인신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난 데 대응한 조치다.  

현재는 취업포털마다 자체 기준으로 불법과 거짓 구인광고를 필터링하고 있어, 플랫폼 간 검증 수준이 제각각이고 새로운 수법에 대한 대응이 뒤따라가는 구조였다. 특히 텍스트 대신 이미지 파일로 조건을 숨기거나 금칙어를 변형해 쓰는 방식 등 자동 필터를 우회하는 기법이 확산되면서 수동 검수 인력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지적됐다.  

 

노동부는 내년에 17억4천만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민간 취업포털에도 공공 일자리 플랫폼 고용24와 동일한 검증 기준을 적용하는 통합모니터링 체계를 지원한다. 이미지 파일 속 문구나 변형된 금칙어까지 직접 확인하는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사람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별로 분산돼 있던 광고 데이터가 통합 분석 대상이 되면서,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계정이나 문구 패턴을 추적하기 쉬워질 전망이다.  

 

핵심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검증 모델 구축이다. 노동부는 불법과 거짓 구인광고를 판별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해 자체적으로 검증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 취업포털에 우선 제공할 방침이다. AI 모델은 과거 위반 사례와 정상 공고 데이터를 학습해 문구, 임금 조건, 근무지, 연락 방식 등의 패턴을 분석하고, 사기 가능성이 높은 공고를 우선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기술은 이미지에 삽입된 텍스트나 비정형 표현을 인식할 수 있는 컴퓨터비전과 자연어처리 기술을 결합해 기존 키워드 필터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해외 고수익 알선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고용형태나 근무조건을 기재하지 않았거나, 특정 국가와 메시지 앱을 함께 언급하는 패턴 등은 위험 신호로 분류돼 검수 단계에서 우선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 방식보다 사전 탐지 정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거짓 구인광고 사례를 국민이 사전에 검색해볼 수 있는 공개 서비스도 마련한다. 과거에 적발된 허위 공고 유형, 사용된 문구, 접근 경로 등을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제공해 구직자가 스스로 위험 신호를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AI 검증 모델의 학습 데이터 풀을 넓히는 효과도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탐지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제도 측면에서는 플랫폼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직업안정법 개정도 추진된다. 지금까지는 불법이나 거짓 구인광고를 게재한 당사자에게만 책임을 물어, 취업포털은 문제 공고를 인지하고도 즉시 삭제하거나 조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었다. 앞으로는 구인구직 플랫폼이 직접 광고를 점검하고, 의심되는 공고를 발견할 경우 삭제와 신고에 나서야 하는 책임이 부여될 예정이다.  

 

구인 플랫폼 입장에서는 AI 모니터링 도입이 법 준수와 서비스 신뢰 확보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소 플랫폼이나 SNS 기반 채용 커뮤니티는 인력 중심의 사후 검열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제공하는 AI 검증 모델과 통합모니터링 체계가 사실상 기본 보안 도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열 과잉 논란과 정상 공고의 오탐지 문제를 줄이기 위한 알고리즘 조정과 투명한 기준 공개도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기술 기반 감시뿐 아니라 이용자 교육과 인식 개선도 병행한다. 노동부는 불법과 거짓 구인광고 수법을 유형별로 정리한 콘텐츠를 제작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배포하고,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퀴즈와 챌린지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취업 준비생이 구인광고를 접할 때 자동으로 위험 징후를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구인 사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데이터 기반 감시와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구인광고 등록 단계에서 기업 실체 확인을 의무화하거나, 금융계좌와 연계된 신원인증 절차를 요구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AI 모니터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전 검증과 플랫폼의 법적 책임 명시가 결합되면, 비슷한 수준의 보호 장치가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임영미 고용정책실장은 고수익을 내세우는 불법과 거짓 구인광고가 매체와 수법을 바꿔가며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청년을 포함한 국민이 공공과 민간 구인광고를 신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산업계는 AI 모니터링과 법 개정이 실제 온라인 채용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기술과 제도가 균형 있게 작동해 구직자 보호와 플랫폼 생태계 성장을 동시에 뒷받침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고용노동부#불법거짓구인광고#ai모니터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