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네오플 임금 400만원 인상…파업 후 노사 재정립 시험대
게임 개발사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2025년도 임금·단체교섭 협약 합의안을 가결하며 보상 체계를 손봤다. 작년부터 이어진 성과급 갈등과 파업으로 노사 관계가 흔들린 상황에서 임금과 복지 수준을 다시 정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게임 산업 내 개발 인력 유출입과 조직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네오플은 21일 노사가 도출한 2025년 임단협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해 최종 가결됐다고 밝혔다. 합의안의 핵심은 연 400만 원 규모의 임금 인상 재원 마련이다. 여기에 연간 복지포인트를 110만 포인트 늘려 총 360만 포인트로 확대하고, 제주 지역 주거 지원금 상향, 6천 시간 규모의 근로시간 면제 제공 등을 포함했다.

임금 인상 재원 400만 원은 기본 연봉 조정과 성과급, 각종 수당 구조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보상 여력으로 해석된다. 연간 360만 포인트로 늘어난 복지포인트는 건강관리, 자기계발, 문화생활 등 선택형 복지 항목에 사용되며, 개발자와 아트, 기획 등 직무별로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복지포인트 확대가 성과급과 별개로 체감 복지를 끌어올리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에 본사를 둔 네오플 특성상 주거 지원 강화는 인력 유지와 확보 전략의 핵심에 가깝다. 이번 합의로 미혼자의 경우 연세 기준 1천70만 원, 전세 2억2천4백만 원 수준까지 지원을 받게 됐고, 기혼자는 연세 1천5백만 원, 전세 3억2천만 원까지 지원이 확대됐다. 수도권 대비 열악한 주거 인프라와 생활 편의성을 보완해 개발 인재를 제주로 유치하려는 목적이 반영된 수치로 풀이된다.
근로시간 면제 6천 시간 부여도 눈에 띄는 변화다. 근로시간 면제는 노조 전임 활동과 교섭, 노사 협의에 투입되는 시간을 회사 업무에서 제외하고 보장하는 제도다. 게임업계에서 대규모 프로젝트가 상시 진행되는 환경을 감안하면, 노조가 조직적으로 교섭 준비와 현장 의견 수렴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평가된다.
이번 네오플 합의안은 제주 주거 지원금 상향을 제외하면 지난 3월 타결된 넥슨코리아 노사 합의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졌다. 그룹 차원에서 임금과 복지 체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통일해 개발사 간 내부 격차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동일 그룹 내 법인 간 처우 차이가 커질 경우 인력 이동과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가결에 앞서 네오플 노사는 18일 임단협 잠정합의에 먼저 도달했고, 19일부터 20일까지 조합원 투표를 진행해 과반 찬성으로 합의안을 확정했다. 다만 공식 노조가 지난달 말 해산된 상황이어서, 이번 합의는 사실상 파업 이후 남은 조직과 사측 간 조정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오플 노사 관계는 올해 상반기부터 급격히 악화된 바 있다. 네오플 노조는 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신규 개발 성과급을 회사가 예정액의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 지급했다며 반발했고, 지난 6월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전면 파업과 순차 파업을 병행하며 사측과 교섭을 이어갔지만, 넥슨 그룹 노조와의 갈등이 겹치면서 지난달 말 노조가 해산되고 쟁의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번 임단협에서 성과급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보다는 임금, 복지, 주거 지원 등 고정적 보상 요소가 강화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성과급 축소를 둘러싼 갈등에서 출발한 파업이었던 만큼, 향후 프로젝트별 성과 배분 기준이 투명하게 정비되지 않으면 같은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네오플은 합의안 가결과 관련해 앞으로도 구성원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과에 기반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언급한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얼마나 구체적인 지침과 데이터 공개, 성과 평가 기준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내부 신뢰 회복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 전반으로 보면, 네오플 사례는 개발자 처우와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이슈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빅테크와 게임사들이 공격적으로 연봉과 복지를 제시하며 인재를 확보하는 상황에서, 국내 회사들이 임금과 복지 수준뿐 아니라 평가와 보상 프로세스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가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향후 네오플이 던전앤파이터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핵심 지식재산을 중심으로 성과급 체계를 재정비하고, 개발 일정과 업무 강도 관리까지 포함한 종합 인력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게임업계는 이번 임단협이 파업으로 흔들린 조직 문화를 수습하고, 장기적으로 인재 유치 경쟁 속에서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