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빛, 개혁의 빛으로"…김민석, 사회대개혁위원회 출범 선언
정치개혁 요구와 정권 초기 국정 방향을 둘러싼 긴장 속에서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가동을 시작했다. 시민사회와 정당, 정부가 한 자리에 모이면서 개혁 의제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15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사회대개혁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국무총리 소속 자문위원회 형태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정부 인사들이 함께 사회 구조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공식 협의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위원회의 역사적 배경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광장에 모였던 기적 같은 빛이 새로운 시대를 밝히는 개혁의 빛으로 이뤄지도록 맨 앞장에서 위원회가 역할을 해주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계엄 국면에서 드러난 시민의 힘을 언급하며 "국민께서 불법 계엄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주시고 세계 민주주의 역사의 이정표를 세웠을 때부터 광장 시민의 열망을 담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열자는 약속이 있었고, 그 결과가 오늘 출범한 위원회"라고 짚었다.
이어 김 총리는 사회대개혁위원회를 "시민사회·정당·정부가 모여 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공식적인 소통 플랫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플랫폼을 통해 "사회구조적 불공정과 불평등 해소 등 정치·사회 분야 핵심 과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총리는 과거 이재명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도 소환했다. 그는 "지난 대선 이재명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를 만든다면 사회의 다양한 양심적 목소리와 함께 정책을 만드는 플랫폼을 제도화하고 사회적 약자,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길 나눈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시작이 그런 우리의 꿈, 우리 사회의 변화를 상징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개혁에) 국민의 주도적 참여를 실현하는 것을 위원회에서 이뤄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의 공조 의지도 분명히 했다. 김 총리는 "위원회가 국민 의지를 모으는 장이 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대통령도 큰 기대를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국무총리로서 제안하시는 의제가 국가 정책으로 검토되고 반영해 갈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력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회대개혁위원회 논의가 향후 국정과제와 정부 정책 설계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위원회 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은 시민사회 인사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위원장을 맡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정치권 갈등과 개혁 과제를 정면으로 연결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 투쟁은 이번으로 끝나야 한다"며 "이를 끝내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바로 사회대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소모전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구조적 개혁 어젠다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박 위원장은 특히 위원회의 법적·제도적 형식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령으로 국무총리 자문기구를 만드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대통령과 국무총리 모두 위원회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표현하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무총리께서 위원회 의결 사항에 대해 이행계획을 수립하도록 조치하고, 그 결과를 위원회에 설명하도록 구조화돼 있어 정부의 이행 의지도 담보된다"고 말했다. 위원회 논의가 상징적 수준을 넘어 실제 정책 추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차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주장이다.
지도부 구성을 보면 시민사회와 여야 진보 성향 인사가 두루 포진했다. 김경민 한국YMCA 사무총장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조영선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강새봄 전 진보대학생넷 대표 등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인권, 역사, 농업, 청년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사회·학계 인사들이 들어온 셈이다.
정당·정부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오인환 진보당 기획부총장, 천현우 사회민주당 자문위원이 합류했고, 정부 측에선 오광영 국무총리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구성 면에서 보면 진보 성향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의 연대 구도가 부각되지만, 국무총리 소속 공식 위원회인 만큼 향후 여야 정치권과의 접촉면도 확대될지 주목된다.
사회대개혁위원회가 다룰 의제는 폭넓다. 위원회는 앞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실현, 남북 평화협력 및 실용외교, 교육과 사회적 약자 보호, 경제 정의와 민생 안정,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주권, 균형발전 등에 대해 국무총리 자문에 응하거나 주요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현 정국에서 쟁점이 되는 안보·통일, 복지, 부동산·고용, 농어촌 정책까지 포괄하는 구조다.
정치권에선 사회대개혁위원회가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위원회 논의 결과를 실제 입법과 예산, 행정조치에 어느 수준까지 반영하느냐에 따라 개혁 성과와 정치적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어서다. 시민사회 역시 위원회를 통해 광장 여론을 제도권 논의로 연결하는 통로를 확보한 만큼, 개혁 속도와 범위를 놓고 정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국무총리실은 우선 위원회 안건 발굴과 분과별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과제 목록을 정리한 뒤, 정부 부처와 연계한 후속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국회 역시 향후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사회대개혁 관련 입법 과제를 놓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정치권 전반의 공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