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리 인하·대중 수출 규제 완화 가능성”…미국 증시, 완화 기조 부각에 3대 지수 상승 마감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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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1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금리 인하와 대중 수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연방준비제도와 트럼프 행정부의 완화적 정책 전망이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미중(China) 갈등 구도에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각 기준 21일 미 동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93.15포인트(1.08%) 오른 46,245.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4.23포인트(0.98%) 상승한 6,602.99, 나스닥 종합지수는 195.03포인트(0.88%) 오른 22,273.08에 장을 마감했다. 장 중반인 정오 무렵에는 세 지수 모두 1%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모습이었다.

뉴욕증시, 금리 인하·대중 수출 규제 완화 기대에 3대 지수 동반 상승
뉴욕증시, 금리 인하·대중 수출 규제 완화 기대에 3대 지수 동반 상승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이었다. 그는 칠레(Chile)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 중앙은행 100주년 기념 회의 연설에서 “정책 기조를 중립 범위에 더 가깝게 이동시키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 연방기금금리(FFR) 목표 범위를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고 여전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당연직 부위원장으로 매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그가 완화적 기류를 언급하면서, 연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신호로 해석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윌리엄스 총재의 메시지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확대 신호로 받아들였다. BNY 멜론의 존 벨리스 거시 전략가는 “윌리엄스 총재는 보통 제롬 파월 의장과 같은 입장으로 여겨진다”며 “윌리엄스 총재가 단기 금리 인하에 찬성한다면 파월 의장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뉴욕 시간 오후 4시 11분 기준 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p) 인하할 가능성을 71.5%로 반영했다. 전날 같은 시점의 인하 가능성이 39.1%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하루 사이에 30%포인트 이상 기대가 뛰어오른 셈이다.

 

루이스 나벨리에 나벨리에 앤 어소시에이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이 조정의 바닥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시장이 기대하는 12월 금리 인하가 현실화한다면 12월에는 주식시장이 눈에 띄게 되살아날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인식은 통화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주식시장 전반의 리스크 온 분위기를 자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완화 검토 소식이 더해지며 기술주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고급 그래픽 처리장치(GPU) ‘H200’의 중국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미국은 2022년부터 첨단 GPU를 비롯한 전략 기술에 대해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해왔는데, 일부 제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중 기술 디커플링 기조에 변화 신호가 감지된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 같은 조치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긴장을 일부 누그러뜨릴 수 있는 동시에, 미국 내 정치·안보 논쟁을 재점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규제 완화 기대는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주 강세로 직결됐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AI 대표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AI·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필리 지수)는 장중 2.42%까지 상승 폭을 키웠다. 다만 AI 섹터 전반에 대한 거품 논란이 여전해 나스닥 지수는 장중 고점 대비 상당 부분 상승분을 반납하며 마감했다. 벤 인커 GMO 자산배분 공동 책임자는 “AI는 지금 가격도 너무 높고 투기적 움직임도 뚜렷해 전형적인 거품처럼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거품일 수 있다는 불안이 있지만 그것을 확신하지 못해 ‘시장 가격이 원래 이런 게 맞겠지’ 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2.15%), 헬스케어(2.11%), 소재(2.10%), 필수소비재(1.74%), 부동산(1.30%), 산업재(1.20%), 금융(1.09%) 등 주요 업종이 일제히 상승했다. 유틸리티 업종은 0.01% 오르는 데 그치며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해 방어적 섹터의 상대적 약세가 부각됐다.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의 성과는 엇갈렸다. 장중 한때 4.27%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지만 결국 0.97% 하락 마감했다. 반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 A 클래스는 3.56% 올랐고, 아마존과 애플도 각각 1.63%, 1.97% 상승했다. 메타 플랫폼스 역시 0.87% 오르며 강세 흐름에 동참했다. 테슬라는 1.05%, 마이크로소프트는 1.32% 떨어지며 일부 대형 기술주에서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났다.

 

반도체 개별 종목에서는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2.98%, 퀄컴이 2.32%, 인텔이 2.62%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강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의 경쟁사로 꼽히는 AMD는 1.09% 하락해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기업 실적도 개별 종목 주가에 영향을 줬다. 의류업체 갭은 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8.24% 급등해 소비 섹터 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시장 변동성은 뚜렷이 진정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2.99포인트(11.32%) 급락한 23.43을 기록했다. 금리 인하 기대와 대중 수출 규제 완화 가능성이 겹치며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뉴욕증시의 이번 움직임은 통화 정책과 대외 통상 정책 두 축에서 완화 신호가 동시에 감지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연준이 실제로 12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재차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조정 여부는 미중 기술 경쟁 구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이런 정책 기대가 실제 조치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파급이 글로벌 자산시장과 안보·통상 질서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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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연방준비제도#fed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