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배제 기준 아니다”…테슬라, 공급망 평가서 중국 배제론 선그어 파장
현지시각 기준 26일, 중국(China) 상하이에서 테슬라(Tesla) 중국 법인 임원이 자사 글로벌 공급망 전략과 관련해 중요한 입장을 내놨다. 미국(USA) 전기차 공장에 납품하는 업체들에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라는 요구가 나왔다는 보도 직후, 공급망 평가에서 국가 요인을 배제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번 발언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탈중국’ 공급망 재편 흐름과 맞물리며 국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 중국 법인의 그레이스 타오 부사장은 2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공급업체 평가와 관련해 “국가라는 요소가 배제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가 미국, 중국, 유럽(Europe) 등 전 세계 생산거점을 대상으로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동일한 수준의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오 부사장은 테슬라의 조달 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품질, 총비용, 기술 성숙도, 장기적인 공급 지속 가능성이 핵심 평가 요소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테슬라가 현재 중국 내에서 400개가 넘는 공급망 파트너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 공급망에 대한 긴밀한 의존 관계를 부각했다. 이 같은 발언은 테슬라가 본질적으로 ‘국가’가 아닌 ‘경쟁력’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성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 시장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동시에 전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배경에는 미국발(發)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14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가 미국 내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주요 공급업체들에게 중국산 부품을 전면적으로 제외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미 일부 중국산 부품을 다른 지역 생산품으로 대체했으며, 향후 1~2년 내 나머지 부품도 모두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교체하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제너럴모터스(GM)가 수천 개에 이르는 공급업체들에게 공급망에서 중국산 부품을 제거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미·중 전략 경쟁 심화, 관세·수출통제 강화, 안보·기술 패권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공급망 ‘디커플링’ 압력이 커지는 구도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과 글로벌 산업계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통신들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탈중국’ 전략이 실제로 어느 정도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평가한다.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 산업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중국이 배터리 소재, 부품, 완성차 조립 등에 걸쳐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경쟁력, 생산 규모, 인프라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은 구조가 형성돼 있다.
테슬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회사 전체 생산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 거점으로, 중국 내수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향한 수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중국 생산·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테슬라 글로벌 판매와 수익성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제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이번 메시지를 두고 복합적인 해석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는 자국 생산 기지에서의 부품 조달을 둘러싸고 정치·안보 변수와 상업적 이해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비친다. 반면 중국에서는 테슬라가 중국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서방발 ‘탈중국’ 담론에 대한 방어적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주요 매체들도 이번 발언을 공급망 재편 논쟁의 한 단면으로 조명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중국과 서방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행보라고 해석했고, WSJ와 로이터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중국산 배제 시도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중국의 구조적 공급망 우위 때문에 완전한 분리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입장이 미·중 경쟁 하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실용주의적 균형 전략’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한편에서는 미국의 정책·규제가 강해질수록 테슬라가 미국 공장과 중국 상하이 공장을 중심으로 이원적 공급망 구조를 구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 시 기업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테슬라를 포함한 다국적 기업이 공급망 다변화를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와 시장은 테슬라가 밝힌 ‘국가 배제 없음’ 원칙이 실제 조달 정책과 생산 전략에 어떻게 반영될지, 그리고 미국 자동차업계의 ‘탈중국’ 구상이 어느 수준까지 실현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