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심 데이터로밍 모비"…KT엠모바일, 출국 전 개통 점검으로 승부
e심 기반 데이터 로밍 서비스가 이동통신 자회사들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KT엠모바일이 자체 브랜드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특히 해외 도착 이후에야 개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존 e심 로밍 서비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출국 전에 국내에서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기능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한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중심 여행 수요와 e심 지원 단말 확대 흐름 속에서 알뜰폰 사업자의 해외 로밍 직판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엠모바일은 29일 eSIM 기반 데이터 로밍 서비스 모비를 선보이고 글로벌 영역으로 사업을 넓힌다고 밝혔다. 모비는 물리적인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단말기에 내장된 e심을 활용해 해외에서 데이터만 별도로 이용하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이용자는 모비 애플리케이션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국가와 기간 등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구매한 뒤 e심을 단말기에 등록하면 된다.

서비스 적용 국가는 일본과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국가를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약 70개국에 이른다. 현지 도착 직후 별도 추가 절차 없이 데이터 접속이 가능하도록 구성해 공항 와이파이 탐색이나 현지 유심 구매 대기 시간을 줄인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e심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라면 가입 통신사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어, 기존 번호를 유지하면서 데이터만 분리하는 형태의 이용 패턴을 겨냥했다.
사용자는 국내에서 쓰던 물리 유심을 그대로 둔 채 통화와 문자는 국내 번호로 유지하고, 데이터 회선만 e심 기반 모비로 전환하는 식으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수신해야 하는 은행 인증 문자나 회사 내선 착신 등은 기존 회선을 통해 처리하고, 대용량 데이터 사용은 모비 회선으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이런 듀얼 회선 구조는 로밍 음성 비용을 줄이면서 데이터 끊김을 예방하기 위한 선택지로 부상하는 흐름과 맞물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KT엠모바일이 내세운 핵심 차별점은 출국 전 개통 체크 기능이다. 이용자가 한국에서 모비 앱으로 e심 데이터 로밍 상품을 구매하면 실제로 단말기에 프로파일이 정상 설치됐는지, 네트워크 등록이 가능한 상태인지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그동안 다수의 글로벌 e심 로밍 서비스는 현지 도착 후에야 접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공항에 내린 뒤에도 데이터를 잡지 못해 고객센터 문의나 와이파이 탐색을 반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출국 전 개통 체크는 현재 홍콩과 마카오, 유럽 지역을 제외한 국가에서 제공된다. KT엠모바일은 제외된 지역에 대해서도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기능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출국 전에 오류를 진단해 재설치나 교체를 진행할 수 있어, 초기 접속 실패에 따른 불만과 환불 이슈를 줄이고 서비스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도 강점으로 제시된다. KT엠모바일은 알뜰폰 사업자로서 축적한 고객 응대 경험을 기반으로 연중무휴 고객센터를 운영하며 해외 체류 중 발생하는 연결 문제나 설정 문의에 대응한다. 그동안 다수의 해외 e심 판매 플랫폼이 이메일 기반 비대면 상담에 의존해 답변 지연, 언어 장벽 문제가 지적돼 왔던 만큼, 국내 언어 기반 실시간 상담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가입 장벽을 낮췄다. 별도 회원가입 절차 없이 전화번호와 이메일만 입력하면 상품 구매와 개통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으며, 현지에서 데이터가 소진될 경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충전할 수 있다. 타인에게 e심 데이터 로밍 상품을 선물하는 기능도 제공해 가족 여행이나 단체 출장 등에서 대표자가 일괄 구매 후 구성원에게 개별 전송하는 활용 시나리오도 염두에 뒀다.
e심 기반 로밍 서비스는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주요 제조사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e심을 기본 탑재하며 물리 유심 슬롯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고, 이에 맞춰 현지 통신사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여행사, 항공사 등도 자체 브랜드 e심 상품을 확대하는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자체 e심 로밍 상품을 내놓으며 데이터 중심 여행 수요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엠모바일의 모비 출시로 알뜰폰 사업자 간 차세대 로밍 경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데이터만 제공하는 e심 상품 특성상 음성 로밍 수익 구조가 약한 MVNO에게는 순수 데이터 판매와 플랫폼 수수료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된다. 출국 전 개통 체크, 실시간 충전, 선물하기 기능 등은 이용자 경험을 앞세운 차별화 요소로 평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원 국가 확대, 요금제 다양화, 현지 파트너십 고도화 등 추가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책 측면에서는 e심 활성화가 통신 시장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물리 유심 교체 없이 복수 회선을 자유롭게 오가게 되면, 이용자는 국내외 통신사와 알뜰폰 상품을 조합해 비용과 품질을 비교할 여지가 커진다. 이에 따라 규제 당국의 번호이동, 로밍 안내, 소비자 보호 기준 등도 e심 환경에 맞게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구강본 KT엠모바일 대표는 그간 쌓아온 통신 서비스 운영 경험과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아우르는 e심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행과 출장, 단기 체류 등 다양한 해외 방문 수요를 겨냥해 모비를 가장 편리하고 믿고 쓸 수 있는 선택지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앞으로 e심 기반 데이터 로밍 서비스가 실제 여행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할지, 그리고 알뜰폰 사업자의 글로벌 사업 확장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