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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고요한 산책”…경산 카페 로드에서 숨은 매력을 만나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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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요즘 흐린 날씨에도 산책길을 나선다. 예전엔 맑은 하늘이 산책의 조건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촉촉한 공기와 더불어 자연의 흐름을 느끼는 것이 경산의 일상이 됐다.

 

경상북도의 작은 도시 경산에서는 역사와 현대,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가을의 무거운 구름 아래, 17.8°C의 선선한 공기와 98%의 습도가 도시 전체에 부드럽게 스민다. 이날 기자가 찾은 대평동의 마고포레스트&마고플레인은 계절별로 메뉴가 바뀌는 카페다. 감각적인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신상 소금빵과 말차라떼를 맛보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인근 하양읍의 우주주택 경산 본점은 38년 된 주택을 개조한 카페로, 낮에는 푸른 정원이 창밖으로 펼쳐지고, 밤에는 망원경으로 별과 달을 관측하는 낭만적인 시간이 이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팔공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팔공산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경산에는 최근 복합문화공간, 포토존, 브런치 카페 같은 ‘머무는 공간’이 늘었다. 남산면의 브리프저니는 도심 밖 자연과 유럽풍 인테리어를 결합한 곳으로, 핸드드립 커피와 갓 구운 베이커리, 넓은 야외 공간 덕분에 ‘짧은 여행’ 같은 휴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진량읍 대구대학교 교내 미즈컨테이너는 이탈리아 메뉴와 합리적인 가격,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도심 속 느린 라이프’라 부른다. 트렌드 전문가인 김지훈 씨는 “지금은 속도를 늦추고, 일상의 공간에서 계절을 체험하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기”라고 표현했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익숙한 동네에서 새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게 특별한 경험이 됐다”, “촉촉한 날씨에 산책하다 신상빵을 맛보는 게 소소한 힐링”이라는 공감이 쏟아진다. SNS에서는 경산 카페 로드 투어 사진이 공유되며, 친구와 가족, 연인과의 작은 여정이 일상의 이벤트처럼 받아들여진다.

 

팔공산갓바위처럼 오랜 세월 그 자리에 머문 명소도 있다. 어머니들이 아이의 합격을 빌고, 사람들이 고요하게 산책로를 걷는다. 웅장한 산맥과 아담한 카페, 각각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공기는 도시와 자연이 맞닿는 경산의 기호다.

 

작고 사소한 산책과 만남이지만, 그것은 도시의 삶을 한결 부드럽게 만든다. 흐린 날씨에 걷는 카페 로드, 각자의 리듬으로 천천히 살아가는 방식이 지금 경산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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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마고포레스트#팔공산갓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