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역의사, 10년간 지방 근무 의무화"…국회, 의대 정원 연계 지역의사법 처리

김태훈 기자
입력

의사 인력의 수도권 쏠림과 지방 의료 공백을 둘러싼 갈등이 국회 입법으로 이어졌다. 국회가 지역 의사 양성 전담 법률과 비대면 진료 허용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의료계와 지방자치단체, 환자단체의 이해가 복합적으로 맞부딪친 정국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 의료 인력으로 선발하고, 해당 인력에게 10년간 지방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지역의사법을 의결했다. 여야는 이날 회기에서 의료 현안과 산업·성폭력·양성평등 관련 민생 법안 다수를 묶어 합의 처리하는 방식으로 표결에 나섰다.

지역의사법은 대학입시에서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을 별도로 관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입학금과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을 전액 또는 상당 부분 지원하도록 했고, 지방자치단체도 예산 범위 내 지원 근거를 갖게 됐다.

 

의사 면허 취득 후에는 복무형 지역의사로 전환돼, 선발 당시 지정된 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법에는 의무 복무를 담보하기 위한 제재 조항도 포함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지역 의사가 의무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복지부 장관이 면허 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세 차례 이상 받거나 복무 의무를 끝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뒀다.

 

원격의료 제도화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선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대면 진료가 법률상 제도권에 편입됐다. 개정 의료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관리·감독 아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 중개를 허용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동시에 비대면 진료의 대상과 요건, 절차를 정하고, 의약품 처방 제한과 정부 전자정보시스템 구축 등 안전장치도 함께 규정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일시 조치로 운영돼 온 비대면 진료가 일정한 규제와 보호 장치 속에서 정식 제도로 자리 잡게 됐다.

 

전공의의 과로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집단행동 이후 개선 요구가 이어져 온 수련 환경 문제도 입법으로 손질됐다. 국회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가결해 전공의 연속 수련 시간 상한을 기존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였다. 개정안은 또 전공의의 휴게와 휴일, 연장 및 야간 근로 조건을 근로기준법을 따르도록 명시하며 수련병원의 법적 책임을 강화했다.

 

의료·복지 현안과 더불어 산업 구조 전환과 아동·청소년 보호 관련 법률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석유화학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탈탄소 전환 흐름에 맞춰 구조조정과 신산업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친족 관계에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친족 관계로 인해 피해 신고가 늦어지는 현실을 감안해, 중대한 범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넓히려는 입법으로 해석된다.

 

양성평등 정책 분야에선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 통과로 법령상 용어가 정비됐다. 개정안은 기존 경력 단절 여성을 경력 보유 여성으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했다. 출산·육아나 돌봄 등으로 일시 노동시장을 떠난 여성의 경력을 단절이 아닌 보유로 규정함으로써, 재취업과 경력 활용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의사 인력 구조 개편, 비대면 진료 제도화, 전공의 근로시간 단축 등 의료계 전반을 건드리는 법안이 동시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향후 의료현장과 지방 의료체계,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는 후속 시행령 정비와 추가 보완입법을 두고 관련 상임위 차원의 점검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국회#지역의사법#의료법개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