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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도 만성질환 시대”…RED마침표, 낙인·차별 해소 총력전 → 사회적 인식 전환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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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도 만성질환 시대”…RED마침표, 낙인·차별 해소 총력전 → 사회적 인식 전환 ‘분수령’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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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ART)의 발전으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관리·예방이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았지만,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인해 감염인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RED마침표 캠페인’이 주목받는 이유다. 업계는 이번 캠페인을 HIV 인식 개선과 제도 개혁의 분기점으로 본다.

 

‘RED마침표’ 협의체와 대한에이즈학회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HIV 감염인을 둘러싼 편견 종식과 정책적 지원 의지를 선언했다. 협의체에는 의료진, 감염인 단체, 산업계 및 학계가 참여했으며, 캠페인명은 레드리본에서 착안해 ‘편견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신 ART 치료의 기술적 진보를 짚었다. 조기 진단 후 적극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면 혈중 바이러스가 미탐지 수준으로 억제돼 평균 수명 및 생활이 비감염인과 유사해진다. 1500쌍을 대상으로 한 국제 임상 결과, 약물 복용 시 전파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 감염 차단 효과가 96퍼센트까지 확인되면서 치료제의 의학적 파급력이 증명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에이즈=사망선고라는 인식을 구조적으로 바꿨다. 하지만 최신 치료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유독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개선이 더디다. 신나는센터, 한국리서치 등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HIV를 인지하지만, 질환 특성이나 관리 가능성까지 정확히 아는 비율은 25퍼센트에 그쳤다. 또 80퍼센트는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동의했다.

 

병원의 배제 경험, 고용 차별 등 현장 사례도 잇따랐다. 실제로 2023년에는 HIV 양성이라는 이유로 수술이 거부된 사례가 국가인권위에 진정 접수되기도 했다. 감염인 우울감 비율은 비감염인의 5배, 자살 사망 위험 또한 1.84배로 집계됐다. 진 교수는 “법률 용어나 시스템 자체에 남은 편견을 걷어내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준에서 ART 기술은 이미 만성질환 관리 수준에 올라 있다. WHO, 미국 NIH 등에서는 HIV 감염인의 전파 차단 및 건강 수명을 보장하는 전략이 확대 중이다. 유럽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HIV 관련 차별을 처벌하는 법령 개정도 이뤄지고 있다. 국내 사회에서는 캠페인 이후 정책적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태형 대한에이즈학회 기획이사는 “2030년까지 신규 감염 50퍼센트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장 제도 개선과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캠페인이 실질적 사회 안전망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제도, 윤리의 균형이 HIV 만성질환 시대의 새로운 성장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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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마침표#진범식#대한에이즈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