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닉아민 경보…식약처, 히스타민 중독 관리 강화 주목
단백질 발효와 부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바이오제닉아민이 식품 안전 관리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등푸른생선과 발효식품에서 검출되는 히스타민 등 바이오제닉아민 정보를 별도 간편정보지로 정리해 배포하면서, 기존 세균성 식중독과는 다른 독소성 급성 중독 관리 체계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항우울제 등 약물 복용 인구 증가와 맞물려 바이오제닉아민 노출 관리가 향후 식품·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 기준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약처가 24일 발간한 유해물질 간편정보지 바이오제닉아민 편에 따르면 히스타민, 티라민, 푸트레신, 스퍼미딘 등이 대표적인 바이오제닉아민으로 분류된다. 이 물질들은 상한 고등어나 꽁치, 가다랑어 같은 붉은살 생선, 치즈와 젓갈, 장류 같은 발효식품에서 주로 발견되며, 섭취 시 구역질, 피부 발진, 두드러기, 가려움 등 알레르기성 식품 단백질 반응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신선도가 떨어진 등푸른생선을 먹은 후 나타나는 증상은 일반적인 세균 감염성 식중독이 아니라 세균이 만들어 낸 독소에 의한 급성 중독 질환으로 분류되는 고등어 중독증일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제닉아민은 아미노산이 탈탄산 반응을 거치면서 생성되는 저분자 아민류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에서 주로 문제를 일으킨다. 콩이나 우유를 원료로 한 식품의 발효 과정에서 과다하게 생성될 수 있고, 냉장 온도 관리가 미흡하거나 보관 기간이 길어져 부패가 진행된 수산물과 축산물에서는 농도가 빠르게 증가한다. 기술적으로는 발효 미생물 종 구성과 온도, pH, 저장 기간에 따라 생성량이 달라지며, 유통 단계의 콜드체인 관리 수준이 히스타민 축적량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인체에서는 소장과 간에 존재하는 아민 산화효소가 바이오제닉아민을 대사해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보통의 섭취량과 건강한 대사 기능을 가진 사람에게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일한 양을 먹더라도 개인에 따라 분해 효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바이오제닉아민 함량이 높은 식품을 한 번에 많이 먹거나, 항우울제 등 일부 약물을 복용해 아민 분해 효소 활성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체내 축적 속도가 빨라지면서 급성 중독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개별 감수성 차이가 허용 기준 설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히스타민은 붉은살 생선에서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바이오제닉아민이다. 고등어, 꽁치, 가다랑어 등의 신선도가 저하되면 어육 내 히스티딘이 세균 효소에 의해 히스타민으로 전환되며, 일정 농도 이상 축적되면 고등어 중독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저혈압, 두통, 경련, 설사, 호흡곤란부터 두드러기, 피부 가려움까지 증상 스펙트럼이 넓고, 식품 단백질 알레르기와 임상 양상이 비슷해 현장에서 식중독으로 오인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미한 경우 몇 시간 내 자연 회복되지만, 심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항히스타민제 투여 등 약물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다.
유제품과 주류 등의 가공식품에서도 바이오제닉아민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치즈를 먹은 뒤 혀와 입안이 타는 듯한 자극감을 느끼거나, 포도주를 마신 후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가려움, 코 훌쩍임 같은 알레르기 유사 증상이 동반될 경우 히스타민 혹은 다른 바이오제닉아민에 대한 과민 반응일 수 있다. 특히 숙성 치즈와 발효주류는 제조 공정 특성상 장시간 발효와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미생물 관리와 저장 온도 제어 여부가 아민 축적량을 좌우하는 기술적 관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발효 균주 선정과 저장 공정 최적화가 품질과 안전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핵심 공정 기술로 연결된다.
티라민은 혈관성 아민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바이오제닉아민으로, 심혈관계에 직접 작용하는 특징을 가진다. 치즈 등 티라민 함량이 높은 식품을 항우울제와 함께 섭취할 경우 소장과 간에서 티라민 분해가 억제되면서 혈중 농도가 급격히 상승해 고혈압과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특정 계열 항우울제와의 상호작용은 해외에서도 이미 경고 사례가 축적된 만큼, 국내에서도 약물 복용자 대상 식품 섭취 가이드라인 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점에서는 전자의무기록과 연계한 식품 알레르기·약물 상호작용 경고 시스템 개발 수요가 커질 수 있는 지점이다.
국제적으로는 수산물과 발효식품에서의 바이오제닉아민 관리 기준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차 세분화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은 수산물 히스타민 기준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고위험 발효식품에 대해서도 자율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있다. 아직 통일된 글로벌 규범은 없지만, 식품 체인 전반의 온도 이력 관리와 미생물 제어 기술 수준이 국가별 식품 안전 경쟁력의 지표로 연동되는 흐름이다. 국내 식품 기업 역시 수출을 위해 각국 기준과 실험실 분석 요구 수준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라, 바이오제닉아민 저감 공정 개발과 실시간 품질 검사 역량 확보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다.
식약처는 식품 제조 가공과 유통 전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바이오제닉아민 같은 유해물질은 미량이라도 꾸준히 섭취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개인별 민감도 차이와 대사 능력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허용 기준 설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히스타민 생성 위험이 큰 일부 어류와 수산 가공식품에 대해서만 히스타민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향후에는 축적 데이터와 의료 현장 보고를 바탕으로 대상 품목과 기준 설정 범위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 인구 증가와 만성 질환 관리로 항우울제를 비롯한 다양한 약물 복용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바이오제닉아민 관리가 단순 식품 안전 문제를 넘어 정밀의료와 식이 관리의 접점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정 약물과의 상호작용, 유전적 대사 효소 차이, 개인별 장내 미생물 구성이 맞물리면 같은 음식을 먹고도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바이오제닉아민 생성 저감 기술과 함께, 소비자 대상 정보 제공과 디지털 기반 식이 상담 서비스 개발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과 의약, 디지털 헬스케어가 만나는 접점에서 안전성과 편의성의 균형을 찾는 것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