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치과기기 표준 도약”…연세치대, ISO 활동 결실
디지털 융합이 빠르게 이뤄지는 치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국제표준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치과계가 K의료기기의 글로벌 표준화를 이끄는 인물과 단체를 공식적으로 조명했다. 치과용 CAD CAM 장비, 디지털 인상 스캐너, 바이오 소재 등 치과 산업 전반의 표준 체계를 선점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표준화 활동과 장애인 구강건강 봉사를 병행해 온 수상자들의 역할이 산업·의료 현장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선정이 국산 치과기기 수출 확대와 디지털 헬스케어 표준 논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최근 2025회계연도 제8회 정기이사회에서 2025년 치의신보 올해의 치과인상 수상자를 최종 확정했다. 수상자는 김경남 연세치대 명예교수, 공윤수 미보치과의원 원장, 구로구 장애인 치과진료 자원봉사회로 결정됐다. 치협은 이날 이사회에서 표준화 성과와 공공의료 기여, 봉사 활동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회공로·문화예술 부문 수상자인 김경남 명예교수는 2002년부터 23년간 국제표준화기구 치과전문위원회 ISO TC 106에서 활동하며 국산 치과 제품과 기술의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해왔다. ISO TC 106은 치과용 재료, 장비, 기기, 디지털 시스템 등 치과 관련 전 영역의 표준을 다루는 기술위원회로, 해당 표준 채택 여부가 글로벌 시장 진입 장벽을 사실상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김 교수는 최근 열린 제61차 ISO TC 106 서울 총회에서 한국이 표준 초안 제안과 기술 검토를 주도하는 구조를 마련해, 국내 치과기기 제조사와 소재 기업이 표준 선도국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ISO 치과 분야 국제표준은 치과용 세라믹, 지르코니아 등 바이오 소재의 기계적 강도 기준부터 구강스캐너의 측정 정확도, 방사선 장비의 안전 규격, 디지털 워크플로 데이터 포맷까지 세부 항목을 포함한다. 표준 제정 과정에서 기술 사양과 시험 방법이 정의되기 때문에, 초기 논의에 참여하는 국가일수록 자국 기술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준을 설계할 여지가 크다. 특히 이번 서울 총회를 계기로 한국은 치과용 디지털 진단장비, 3D 프린팅 보철물의 적합성 시험법 등 신흥 분야에서 작업반을 이끄는 역할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국산 장비의 인증 기간 단축과 수출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봉사개인 부문 수상자인 공윤수 원장은 약 15년간 성북구장애복지관과 협력해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방문 치과진료를 꾸준히 실시해 왔다. 이동과 체위 유지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방문 진료는 휴대형 엑스레이, 포터블 유닛 등 특수 장비와 감염 관리 프로토콜이 필요해, 실제로 참여 가능한 의료진이 제한적인 분야다. 공 원장은 저소득층 돌봄과 지역 문화행사 지원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며 국내외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디지털 격차뿐 아니라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현장 실천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봉사단체 부문을 수상한 구로구 장애인 치과진료 자원봉사회는 2001년 6월 구로건강복지센터에서 114명의 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구강검진과 진료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지역 장애인의 구강건강 증진에 집중해 왔다. 단체는 현재까지도 매주 장애인 치과진료를 이어가고 있으며, 장기간 데이터 축적과 사례 분석을 통해 장애인의 구강질환 패턴, 치료 순응도,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 설계에 참고할 수 있는 현장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 향후 이 같은 장기 봉사 데이터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나 공공 구강보건 정책 설계에 연계될 경우, 장애인 맞춤형 구강 관리 모델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치과의료감정원의 운영 체계 정비도 병행됐다. 치협은 감정 접수 방식, 감정 절차, 결과 통보, 감정료 기준 등을 명시한 운영세칙 제정안을 의결해, 의료분쟁 발생 시 감정 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동시에 치과의료감정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위원 구성을 기존 7인에서 9인으로 확대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위원 수 증원은 향후 디지털 진료기록, AI 보조 진단, 첨단 치과기기 사용 중 발생하는 분쟁 사례 등 복잡한 사안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의료감정 영역에서는 전자의무기록과 영상데이터 판독, 디지털 시술 기록 분석이 중요해지고 있어,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제도 설계가 산업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보수교육 제도 조정도 논의됐다. 이사회는 2026년도 장애인 치과주치의 교육의 보수교육 점수 인정 여부를 검토한 뒤, 더 이상 보수교육 점수로 인정하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다. 현재 국립재활원 등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해당 교육이 협회비 납부 여부와 무관하게 운영되면서, 일부 회원이 정식 교육체계를 우회하는 경로로 활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판단에서다. 치협은 향후 치과의사 보수교육의 질 관리와 제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임상기록, AI 기반 진단 보조, 신소재 활용 등 최신 기술 교육을 정규 보수교육 체계 안에서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마경화 회장 직무대행은 이사회에서 국민 구강건강과 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한 수상자들의 공로를 언급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회무에 집중하고 있는 임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비상 상황에 따라 내년 1월 신년교례회를 개최하지 않고, 내부 행사를 비롯한 외부행사 참여도 가급적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치과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상과 제도 정비를 계기로, 국제표준 경쟁과 디지털 전환, 장애인 구강의료 접근성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K의료기기와 정밀 치과진료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