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코스모스·메밀꽃길을 걷는다”…하동 북천 들녘, 꽃과 노래로 물드는 가을의 하루

정재원 기자
입력

요즘 맑은 가을 아침, 꽃밭 사이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코스모스와 메밀꽃을 감상하는 게 잠깐의 여행쯤 여겨졌지만, 지금은 삶의 소중한 쉼표이자 일상 회복의 표정이 됐다.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에서 열리는 ‘하동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는 걷는 이의 발길마다 바람에 꽃향기가 실려오는 계절의 예술이다. 오랜만에 북천 들판을 찾은 한 방문객은 “메밀꽃밭 사이 산책길에서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밝고 투명한 시간을 마주했다”고 고백했다. SNS에선 꽃길 인증샷과 가족, 연인과 함께한 사진이 쏟아지고, 속 깊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코스모스·메밀꽃길 걷기부터 노래까지…‘하동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 경남 하동에서 열린다
코스모스·메밀꽃길 걷기부터 노래까지…‘하동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 경남 하동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하동북천코스모스메밀꽃 영농조합법인 주최, 매년 커지는 관람객 규모에 지역경제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축제장 한가운데는 코스모스밭과 메밀꽃밭이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들은 고운 꽃길을 느긋이 산책하거나 대표 포토존에서 가을 풍경을 기록한다. 아이들에게는 손수건 꽃물들이기 체험이 인기다. 꽃잎을 또박또박 눌러 물들인 손수건을 들고 나온 한 아이는 “꽃을 직접 만지며 놀다 보니 자연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표현했다.

 

축제의 백미는 온 마을이 노래로 하나 되는 순간. 부대행사로 열리는 하동 정두수 전국 가요제와 도전 노래방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을 특유의 흥과 정을 나눈다. 하동군의 한 주민은 “축제마다 이웃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면서 예전보다 마을이 더 끈끈해졌다”고 느꼈다. 이런 활동은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동시에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꽃길 걷는 맛에 매년 들른다”, “가족 축제 같은 정겨움이 그리워진다”는 공감이 곳곳에 이어진다. 익숙한 농촌 풍경이지만, 함께 모여 감상하고 참여하는 축제의 모습에 누군가는 오래묵은 연대의 따스함을 발견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농촌형 미래 라이프스타일’로 본다. 자연과 접속하는 시간, 소박한 체험, 이웃과의 교감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일과 관계, 정서의 결을 바꾸는 생활의 방식이다. 축제의 의미는 꽃 구경을 넘어, 농촌이 품은 계절의 깊이를 새삼 체험하고 서로 기대는 마음을 확인하는 데 있다.

 

작고 사소한 축제 같지만, 하동 북천의 꽃길을 걷는 그 순간순간이 우리의 삶에 작은 울림을 남긴다. 그만큼 계절의 향기와 사람의 온기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정재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하동북천코스모스메밀꽃축제#코스모스#메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