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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한증겔치료제 에크락겔 국내 상륙…동화·카켄, 피부과 시장 공략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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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콜린계 다한증 치료제가 국내에 본격 진입하며 피부과 시장 판도를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동화약품이 일본 카켄제약과 손잡고 선보이는 겔 제형 신약 에크락겔은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을 냉방제나 파우더 수준에서 관리하던 기존 패턴을 의료기관 중심의 처방 치료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매를 계기로 국산 및 글로벌 제약사들의 다한증 치료제 개발 경쟁이 가속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동화약품은 다한증 치료제 에크락겔의 국내 발매를 앞두고 일본 카켄제약과 에크락겔 발매 기념 워크숍을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행사는 11일 일본 도쿄 소재 카켄제약 본사에서 진행됐으며, 유준하 동화약품 대표와 히로유키 호리우치 카켄제약 사장을 포함한 양사 임직원 11명이 참석했다. 두 회사는 이번 자리에서 제품 발매 일정과 유통 계획을 공유하고 국내 시장 공략 전략을 논의했다.

에크락겔은 원발성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전문의약품으로, 2020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카켄제약의 신약이다. 국소 도포용 겔 제형으로 설계돼 피부과에서 진료 후 처방받아 겨드랑이 부위에 사용하는 구조다. 일본 출시 이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적응증과 용법에 맞춘 처방 패턴이 빠르게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제품의 주성분은 소프피로니움 브롬화물이다. 소프피로니움 브롬화물은 항콜린 작용을 가진 화합물로, 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이 땀샘과 결합해 땀 분비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을 차단하는 기전을 갖는다. 즉, 신경 전달 단계에서 신호를 막아 땀샘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전신 항콜린제는 구강 건조 등 전신 부작용 우려가 컸던 반면, 국소 겔 제형은 표적 부위에 약물을 집중시키는 만큼 전신 노출을 낮추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겔 제형 설계 역시 사용 편의성을 고려했다. 하루 한 번 적용하는 단일 일일 도포 요법을 채택해 환자 순응도를 높였고, 트위스트 타입 용기를 적용해 정량 도포와 위생적인 사용을 유도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양사 담당자들은 제품 특성상 여름철 계절성 수요뿐 아니라 직장인·청소년 등 생활 불편이 큰 계층에서 연중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실제 사용 패턴에 맞춘 상세 복약지도 자료를 준비 중이다.

 

동화약품과 카켄제약은 2023년 6월 에크락겔의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국내 임상자료와 일본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허가 준비를 진행해 올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허가 과정에서 국소 항콜린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향후 유사 계열 다한증 치료제 도입 시 참고할 규제 기준이 축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한증은 땀샘 기능 이상과 자율신경 조절 불균형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국내에서도 인구의 3에서 5퍼센트가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미용적 문제로 인식돼 병원 치료로 연결되는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지금까지는 보툴리눔 톡신 주사, 전신 약물, 수술적 교감신경 차단술 등이 치료 옵션으로 사용됐지만, 시술 부담이나 부작용, 비용 문제로 일상적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국소 도포형 신약이 공급되면 경증에서 중등도 환자까지 포괄하는 치료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다한증을 대상으로 한 국소 치료제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국소 항콜린 계열 제제와 알루미늄 염 기반 처방용 제제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겨드랑이뿐 아니라 손바닥, 발바닥, 얼굴 등 다양한 부위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에크락겔 국내 발매는 해외에서 검증된 치료 옵션이 한국 시장에 편입되는 사례로, 국내 제약사들의 자체 신약 개발이나 개량신약 전략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규제와 보험 측면에서는 향후 급여 적용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에크락겔은 허가를 획득한 단계로, 실제 처방 확산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 인정 기준과 환자 본인부담 수준이 중요해진다. 다한증이 미용이 아닌 기능적 질환으로 어디까지 인정받을지에 따라 보험 등재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나 디지털 헬스와 직접 연관된 분야는 아니지만, 증상 평가와 치료 반응 모니터링에 모바일 설문이나 디지털 도구를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 양사는 국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제품 공급, 학술·마케팅 방향 등 주요 준비 사항을 최종 점검했다. 전국 피부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 온라인 강좌, 실제 임상 사례 공유 프로그램 등으로 처방 현장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동화약품은 내달 10일 피부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에크락겔 발매 심포지엄을 열고, 일본 사용 경험과 국내 허가 자료를 토대로 실제 처방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준하 동화약품 대표는 에크락겔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양사가 준비해 온 과정을 정리하고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드랑이 다한증이 병원에서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환자들에게 넓히고, 국내 다한증 치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신약 도입이 국내 피부과 시장에서 기능성 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는 시험대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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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카켄제약#에크락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