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애플 아이폰, 14년만에 삼성 제친다…2029년까지 선두 굳히기 주목

박선호 기자
입력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4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시기에 기기를 구매했던 이용자들이 교체 주기에 진입하면서 프리미엄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고, 아이폰17 시리즈를 앞세운 라인업 재편이 맞물리며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단순 출하량 1위에 그치지 않고, 2020년대 후반까지 매출·수익성 측면에서 스마트폰 산업 지형을 주도하는 흐름이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과 신흥시장 수요를 함께 잡으려는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중저가 세그먼트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4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3.3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랜드별로는 애플 아이폰이 올해 내내, 특히 3분기에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면서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의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19.4퍼센트에 달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출하량 기준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출하량이 전년 대비 4.6퍼센트 늘어 글로벌 점유율 18.7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10년 넘게 이어온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7 시리즈는 올해 3분기 출하량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해당 시리즈 출하량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며 전년 동기 대비 9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세대에서 새로 도입된 아이폰 에어는 기존 플러스 모델을 대체하며 라인업 구조에 변화를 줬고, 이에 맞춰 메모리 구성과 가격대도 재조정됐다. 동일한 제조 공정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화면 크기와 메모리, 카메라 등 일부 사양만 차등화해 다양한 가격대를 촘촘하게 채우는 전략으로, 프리미엄과 보급형 사이 수요를 흡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시장별 초기 반응도 긍정적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이폰 에어를 포함한 아이폰17 시리즈의 출시 후 첫 4주 판매량은, 아이폰 16e를 제외한 아이폰 16 시리즈 대비 12퍼센트 더 높게 집계됐다. 중국에서는 같은 기간 아이폰17 시리즈 판매량이 전작 대비 18퍼센트 증가했다. 특히 에어 모델이 아직 초기 출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향후 추가 모델 투입 시 수요 확장 여지도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에서도 출시 첫 4주 동안 아이폰17 시리즈 판매량이 전작보다 7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내년 상반기 보급형 신작 아이폰17e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17e는 사양 일부를 조정해 가격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최신 칩셋과 소프트웨어 경험은 유지하는 방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동시에 애플은 내년 말 첫 폴더블 아이폰 공개가 점쳐지고 있으며, 플립 형태의 첫 폴더블 아이폰은 2027년 말 출시가 거론된다. 전체 출하량이 완만하게 회복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폴더블 제품이 라인업에 추가되면 애플은 2020년대 후반까지 매출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애플의 전략은 가격과 기능 축을 동시에 넓히는 방향으로 읽힌다. 아이폰e 시리즈를 포함한 다양한 가격대 라인업을 확장하고, 프로와 기본 모델의 출시 주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프리미엄 요금을 감수하더라도 긴 소프트웨어 지원, 생태계 연동, 보안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와, 준프리미엄 가격대에서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성능의 균형을 찾는 신흥시장 소비자를 모두 포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준프리미엄 세그먼트가 전체 시장보다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이 구간에서의 존재감 확대는 장기 점유율 방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애플의 인공지능 전략도 향후 수요를 자극할 변수로 거론된다. 애플은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와, 더욱 개인화된 음성 비서 시리의 도입 시점을 늦추고 있지만, 지연 자체가 아이폰 판매를 위축시키는 요인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운터포인트는 관련 기능과 소프트웨어 개선 사항이 2026년 전후 본격 적용될 경우 AI 활용 경험을 크게 바꾸며 교체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사용자의 일정, 메시지, 앱 사용 패턴, 건강 데이터를 로컬에서 처리하면서도 맥북, 아이패드, 워치 등과 연동하는 구조가 강화되면, 하드웨어 성능보다 생태계 기반의 사용자 경험 차별화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7년 아이폰 출시 20주년을 앞두고 예상되는 대규모 디자인 변화도 변수다. 애플은 주기적으로 외관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크게 바꾸며 교체 수요를 견인해 왔다. iOS와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선호도 상승, 기기 간 높은 호환성, 그리고 교체 시점에 도달한 구형 모델 비중 확대를 고려할 때, 애플이 2020년대 말까지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보다 높은 수익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하량이 약 5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면서도 공급망을 안정화한 점이 성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인도, 동남아, 중동과 아프리카 등 주요 신흥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 지역에서 보다 강력한 사양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갤럭시 A시리즈의 전략적 전환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중저가 모델에 고주사율 디스플레이, 대용량 배터리, 카메라 기능을 빠르게 확산시켜 중국 제조사와의 단가 경쟁을 피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서비스 경험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는 전략이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프리미엄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북미, 유럽, 동아시아에서는 폴더블폰과 울트라급 플래그십 모델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평균판매단가와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먼저 본격화한 폴더블 라인업은 하드웨어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 측면에서 장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가시화할 경우, 프리미엄 사용자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서비스 구독 모델, AI 기능 고도화 등 비단말 영역 경쟁력도 요구될 전망이다.

 

구조적인 순풍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중저가 구간에서는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이 계속해서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 중국 제조사들은 부품 수직계열화와 현지 조립, 온라인 중심 유통으로 가격을 낮추면서도 카메라, 충전 속도, 디자인 측면에서는 공격적인 스펙을 채택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이러한 환경을 감안할 때,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위 자리를 탈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한, 중저가 전략 재편과 브랜드 파워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수요 측면에서는 교체 주기 도래가 향후 몇 년 간 시장을 움직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카운터포인트는 아이폰17 시리즈의 긍정적인 시장 반응 뒤에는 교체 수요가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전후로 스마트폰을 구매한 이용자들이 4년 이상 사용한 뒤 본격적인 교체 단계에 들어서고 있고, 성능과 카메라 발달, 보안 업데이트 기간 연장으로 길어진 사용 주기가 다시 단축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고 시장 역시 교체 수요의 전 단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2분기까지 중고 아이폰이 3억 5800만 대 판매됐다. 중고 기기 사용자는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 iOS 생태계를 먼저 경험한 뒤, 향후에는 신규 아이폰으로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애플 입장에서는 중고 제품도 잠재적인 신규 고객 유입 창구가 되는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이러한 요인들이 향후 몇 분기 동안 아이폰 출하량 증가를 지속적으로 견인하는 견고한 수요 기반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를 둘러싼 프리미엄 및 중저가 세그먼트 경쟁, 그리고 폴더블과 AI를 축으로 한 차세대 사용자 경험 경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따라, 2029년 이후 스마트폰 산업의 주도권 구도도 다시 한 번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계는 누가 숫자상의 1위를 차지하느냐보다, 생태계와 서비스 중심의 구조 전환에 누가 먼저 성공할지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박선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애플#아이폰17#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