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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동맹으로 중국 공략"...한컴 텐센트, 보안까지 묶는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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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앞세운 글로벌 소프트웨어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가 텐센트 클라우드와 손잡고 AI와 오피스 소프트웨어, 생체인식 보안까지 묶는 전방위 동맹을 구축하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디지털 워크스페이스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국 클라우드 인프라를 내세운 텐센트와 생산성 소프트웨어와 AI 기술을 앞세운 한컴 간 협력은 글로벌 협업툴과 보안 시장 경쟁 구도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중국 빅테크 클라우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동시에 북미와 아시아까지 겨냥한 생체인식 보안 사업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주목된다.

 

한컴과 텐센트 클라우드는 9일 경기도 성남시 한컴타워에서 글로벌 AI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김연수 한컴 대표와 허정필 텐센트 클라우드 한국지사장이 참석했다. 양사는 AI와 클라우드, 보안 분야 전반에 걸쳐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각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과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 클라우드 인프라를 상호 공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단순 서비스 연동을 넘어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보안 기술을 하나의 묶음으로 구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협력의 첫 축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오피스와 AI 서비스다. 한컴은 중국에 출시할 AI 제품과 오피스 소프트웨어에 텐센트 클라우드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텐센트 클라우드는 자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컴 서비스의 안정적인 제공을 지원하고, 한컴이 중국 내 서비스 인허가와 로컬 규정을 충족할 수 있도록 맞춤형 기술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중국 내 사용자 경험에 최적화된 네트워크 지연 최소화, 데이터 저장 위치 관리, 보안 규정 준수 등이 핵심 협력 영역으로 거론된다.

 

두 번째 축은 생산성 도구 생태계 연동이다. 텐센트 클라우드는 텐센트 닥스, 텐센트 미팅, 위컴 등 자사 생산성 도구와 한컴 제품 간 연동을 지원한다. 텐센트 닥스는 클라우드 기반 문서 작성과 실시간 협업 플랫폼이고, 텐센트 미팅은 화상회의 서비스, 위컴은 기업용 협업 메신저에 해당한다. 여기에 한컴의 오피스와 문서 편집, AI 기반 문서 요약과 번역, 서식 자동화 기능이 결합될 경우 중국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업용 올인원 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양사는 이러한 연계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한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고객과 공공 영역까지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세 번째 축은 생체인식 보안 공동 공략이다. 한컴이 전략적으로 투자한 스페인 생체인식 기업 페이스피의 솔루션과 텐센트 클라우드의 손바닥 인식 보안 솔루션 팜을 묶어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페이스피는 얼굴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권 고객 인증과 비대면 계좌 개설 등에 활용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텐센트의 팜은 손바닥 정맥 패턴을 인식해 사용자를 식별하는 기술로, 위조가 어렵고 비대면 사용자 인증에 적합한 고보안 방식으로 평가된다. 두 기술을 결합하면 다중 생체요소 인증 기반의 고신뢰도 보안 플랫폼 구성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부각된다.

 

양사는 스페인과 북미,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공동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금융, 핀테크, 원격 본인인증, 출입통제, 클라우드 로그인 등 다양한 분야에 생체인식 보안을 적용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텐센트와 생체인식 알고리즘과 솔루션을 보유한 페이스피, 이를 투자와 사업 측면에서 묶어내는 한컴 간 구조는, 단일 지역에 머물던 생체인식 보안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하는 시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시장을 겨냥한 AI 사업 협력도 병행된다. 양사는 한국 내 AI 사업 협력 모델을 공동 논의하고, 실질적인 사업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컴이 보유한 문서 AI, 음성 인식, 번역, 업무 자동화 기술과 텐센트의 대규모 언어 모델,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을 결합해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을 겨냥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출시가 거론된다. 국내 클라우드 규제와 데이터 국외 이전 이슈 등도 협력 과정에서 주요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공격적인 동맹 전략 뒤에는 글로벌 AI와 클라우드, 협업툴 시장의 경쟁 심화가 깔려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거대 IT 기업 중심으로 문서 협업, 화상회의, 메신저, 클라우드 스토리지, AI 비서가 하나의 구독형 묶음으로 제공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내수 시장은 로컬 규제와 데이터 주권 이슈로 인해 자체 생태계를 형성해 왔고, 텐센트는 메시징과 게임,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번 협력은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이 중국 생태계 내부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글로벌 비교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 등은 이미 자사 클라우드 위에 오피스와 협업툴, AI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며 기업 고객을 묶어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클라우드, 화웨이 클라우드 등이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텐센트 클라우드 역시 생산성 도구와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한컴과 텐센트의 협력은 글로벌 빅테크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중국과 한국, 일부 지역 특화 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지역 기반 연합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정책과 규제 측면에서도 과제가 적지 않다. 중국의 데이터 보안법과 개인정보 보호법, 국경 간 데이터 이전 규제는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에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텐센트 클라우드를 활용한 한컴 제품의 중국 진출 과정에서도 데이터 저장 위치, 암호화 수준, 접근 통제 등 규정 준수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생체인식 보안 사업의 경우 얼굴과 손바닥 등 민감한 생체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각 국가의 개인정보 보호 법제와 금융 규제기관의 지침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특히 유럽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과 북미 지역 규제 환경과의 정합성을 따져야 하는 만큼, 법률 검토와 인증 획득이 사업 확장의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

 

AI 활용에 따른 윤리와 책임 이슈도 남는다. AI가 문서 작성과 편집, 보안 인증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알고리즘 투명성과 편향, 오인식에 따른 책임 소재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웹 기반 오피스와 협업툴에 적용되는 AI 기능은 사용자에게 명확히 표시하고, 오류 발생 시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로깅 체계와 설명 가능한 AI 기술 적용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이번 협력이 한컴의 AI와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술을 텐센트의 플랫폼과 인프라와 결합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진출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사의 핵심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한컴과 텐센트의 연합이 중국 중심의 협업툴과 생체인식 보안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국내외 규제와 경쟁 구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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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텐센트클라우드#페이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