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쿠팡 대관 라인 총출동”...국회,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서 김범석 출석 여부 주목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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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 지점에 국회와 쿠팡 경영진이 맞붙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다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특히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출석 여부가 정치권과 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17일 열릴 청문회의 증인으로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박대준 쿠팡 대표, 강한승 전 대표,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 등 5명을 채택했다. 개인정보 유출 경위뿐 아니라 쿠팡의 의사결정 구조와 대관 조직 전반이 조명될 수 있는 증인 구성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민병기 부사장과 조용우 부사장은 쿠팡의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인사다. 대관 담당 임원들이 국회 청문회 증인 명단에 대거 포함된 사례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국회가 쿠팡의 대정부 로비 및 국회 대응 체계까지 포괄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대준 대표 역시 LG전자 대외협력실과 네이버 정책실을 거친 대관 출신 경영진이다. 강한승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으로, 법조·정치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대관 역할을 맡아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쿠팡은 최근 몇 년간 국회와 정부 기관 퇴직 공무원을 대거 영입하면서 대관 조직을 빠르게 키워왔다. 국회와 인사혁신처의 2025년 취업 심사 자료에 따르면 쿠팡과 계열사는 올해에만 퇴직 공무원 18명을 영입했다. 국회, 경찰, 대통령비서실,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가 주를 이뤘다.

 

이처럼 비대해진 대관 조직이 전방위 활동에 나서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반발과 의구심도 제기됐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서는 쿠팡이 대관 로비를 통해 김범석 의장의 상임위 출석 요구를 무마했다는 지적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회 주변에서는 쿠팡 대관 인력이 상임위원회와 정부 부처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증언도 꾸준히 흘러나왔다.

 

대관 조직 운영 방식의 투명성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쿠팡의 대정부 조직이 강남의 외부 간판도 없는 별도 사무실에서 근무해 왔다며, 로비 활동과 의사소통 창구가 은밀하게 운영된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쿠팡 측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쿠팡 관계자는 “해당 사무실은 잠실 본사 오피스의 공간 부족에 따라 올해 2월 임차해 사용 중인 곳으로, 퇴직금 미지급 사건이나 개인정보 유출 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쿠팡은 임직원이 늘어나 잠실 본사를 비롯해 여러 곳의 스마트 오피스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대관 전용 사무실이라는 시선을 경계했다.

 

한편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선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를 진행 중이고, 경찰도 강제수사에 착수해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수사기관과 정부 조사 모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의 정보 보호 체계뿐 아니라 경영진의 책임과 대응 과정이 집중 추궁될 전망이다.

 

산업계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은 17일 청문회에서 대관 임원들이 증인석에 나란히 앉는 장면에 모이고 있다. 그동안 김범석 의장을 대신해 국회와의 접점을 조율해 온 이른바 대관 핵심 라인이 일제히 공개 검증대에 서는 만큼, 조직 운영 실태와 로비 관행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김범석 의장 개인에게 쏠린다. 김 의장은 국정감사와 현안 질의 등 국회의 출석 요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국민 4명 중 3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이번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불출석을 택하기는 정치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은 미국 법인 쿠팡Inc의 이사회 의장이자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경영자다. 쿠팡은 미국 법인이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고 있어, 실질적으로 국내 소비자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한국법인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김 의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정치권의 공세 포인트가 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먼저, 익숙한 패턴대로 대관 인력이 청문회 전략을 총괄하고 책임 질 부분을 방어하는 동안, 김 의장은 다시 한 번 출석을 피하는 방안이다. 그 경우 쿠팡 측은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세우면서도 김 의장의 직접적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시나리오는 김 의장이 청문회에 제한적으로 출석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인 명단 구성을 보면 이번 청문회는 개인정보 유출 경위에 그치지 않고 쿠팡의 의사결정 구조 전체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김 의장이 최소한의 발언만 하는 방식으로 출석을 선택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김 의장은 핵심 질문 몇 가지만 답변하고, 세부적인 법률·기술 쟁점은 대관 임원과 실무진이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김범석 의장과 같은 한국계 미국인 기업인에 대한 책임론이 반복 제기되고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관련 사안에서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결국 국회에 나와 질의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사례를 거론하며 김범석 의장에게도 동등한 수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업계 내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에서 벌어진 대규모 사고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연이어 관련 사안을 언급하며 개인정보 보호와 플랫폼 책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여야 모두 재발 방지 입법과 플랫폼 규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국회 주변에서는 청문회 이후 후속 입법 논의도 예고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강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보보호 의무 상향, 대형 플랫폼의 대관·로비 투명성 제고 방안 등이 패키지로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김범석 의장의 태도가 향후 규제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7일 청문회에서 쿠팡 경영진과 대관 조직에 대한 질의를 집중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정치권은 쿠팡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책임·규제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정기국회와 다음 회기에서도 관련 법안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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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쿠팡#국회과방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