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유족, 진실 앞 붉은 외침”…상암 MBC 단식 투쟁→엄마의 마지막 약속
맑고 씩씩한 목소리로 시청자 곁에 머물던 오요안나의 자리는 어느새 쓸쓸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오요안나의 1주기를 앞두고, 유족들이 상암 MBC 앞에서 단식 농성에 나섰다. 기자회견장에 선 모친은 참아왔던 눈물을 쏟으며 딸의 억울함을 풀고 떳떳한 엄마가 되겠다는 마지막 약속을 다짐했다.
오요안나 모친은 “요안나가 떠난 지 1년이 다 돼간다. 하루하루 피 끓는 시간 속에 간신히 살아간다”고 절절한 아픔을 전했다. 이어 “요안나가 남긴 뜻이 있으니, 다시 만날 때 부끄럽지 않으려 힘겹게 견뎌왔다”며, “딸이 없는 세상에서 매일이 고통이다. 1주기 전에 반드시 문제가 해결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유족 측은 공식사과, 재발방지,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비정규직 프리랜서 전수조사 등 구체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MBC가 진정성 있는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단식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9월, 오요안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2750자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유서에는 동료 기상캐스터들의 구조적 괴롭힘과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요안나는 생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직접 피해를 알렸지만, 책임 있는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례식 당시에도 일부 동료의 외면 사실이 알려지며 씁쓸함이 더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약 3개월간의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오요안나를 근로자로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MBC 측은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조직 문화 개선과 ‘클린센터’ 확대 등 후속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괴롭힘 가해자로 조사된 기상캐스터 3인 중 1명과는 계약 해지 조치도 단행됐다.
하지만 유족과 시민들은 아직 진정한 책임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요안나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기상캐스터 A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계속된다.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23일로 연기됐다.
오요안나와 남겨진 이들의 사연이 다시금 세상에 울려 퍼지는 요즘, 직장문화의 건강한 변화와 피해자들의 안식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울림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