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 선 그은 참모진”…박진희 첫 피의자 출석, 신범철 이틀째 조사 격돌
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과 위증 논란이 또 한 번 한국 정치의 첨예한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11일 서울 서초동,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핵심 참모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육군 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처음 출석했다. 채상병 사건 이후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 1년여 만에, 박진희 소장이 피의자로서 정식 조사를 받는 첫날이다.
박 소장은 지난 7월 두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모해위증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이날 특검사무실 출석에 앞서 "30여년간 군 생활에서 맡은 바 직책에 최선을 다했다"며 "피의자라는 이름으로 사단장 자리에서 떠나게 돼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휴대전화와 수사기록을 임의 제출하며 특검 조사에 협조했다"고 강조했으나, '재조사 결과 보고서 수정 요구가 있었는지' 등 핵심 질의에는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은 박 소장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등과 긴밀한 연락 속에 국방부 조사본부 등 수사 라인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도 두 번째 피의자 조사를 받으며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신 전 차관은 "성실히 조사받겠다"며 "나라와 군 전체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특히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이 2023년 8월 2일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신 전 차관이 당시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고 대통령실을 출입한 사실에 주목한다. 신 전 차관은 "통화와 대통령실 방문은 별개"라며 세 차례 대통령실 입장 중 경찰 수사와 관련 있음을 시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따로 만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고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위증교사 혐의로 고발된 전직 해병 이관형씨 또한 피의자로 첫 소환됐다. 그는 "1천900여개 녹취 중 단 하나만 편집해 국회에 위법하게 고발 사주했다"고 주장하며, "조사에서 모든 내용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단톡방에서는 '삼부' 표현이 '골프 3부'를 의미했다는 취지의 반박도 이어졌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송호종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부장 등과 함께 이씨를 상대로 위증 및 위증교사, 삼부토건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고발 조치한 상태다.
한편, '구명로비' 통로로 지목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은 이날도 특검팀 참고인 소환에 불응했다. 특검팀은 추가 출석 요구서를 발송, 계속 불응 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에 따라 공판 전 증인신문 절차를 법원에 청구할 방침이다. 수사기관이 증인 출석에 난항을 겪을 경우, 법적 강제수단 검토에 착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특검팀을 찾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 전 사단장은 "이명현 특검의 SNS 공개 모욕 발언에 사과를 요청하고, 이제는 기소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은 특검팀을 둘러싼 수사 공방과 주요 인물 호출이 잇따르며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검팀은 법적 추가 조치와 성역 없는 수사 필요성을 강조, 향후 국회에서의 진상규명과 정치적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