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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가 사건 챙겨본다고 해"…도이치 1차 주포, 재판로비 의혹 법정 증언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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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로비 의혹을 둘러싸고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이름까지 거론됐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사건의 이른바 1차 주포로 지목된 이정필씨가 김 여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서면서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 오세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속행 공판에서 이씨는 "이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가 사건을 챙겨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이씨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 선고를 받게 해주겠다며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25차례에 걸쳐 약 8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날 증언에서 이 전 대표와 공범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자주 접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술자리에서 이 전 대표가 정계에 있는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며 "김건희가 사건을 다 챙겨보고 있다, 걱정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이어 "사진 같은 것들을 휴대전화에서 보여줬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 말을 믿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씨는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 엄청 각별한 사이인 것처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022년 5월 하순께 이 전 대표가 "우리 재판에 도움 되는 사람으로부터 그림을 사야 한다"고 말하며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에 관해 걱정하지 말라, 집행유예 받게 해주겠다는 취지로도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는 이씨의 수행기사로 일했던 박모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이 전 대표가 이씨에게 "형이 이 정도까지 움직였으면 무조건 집행유예야. 형만 믿고 따라오면 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이씨 지시에 따라 이 전 대표를 수행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22년 8월께 이 전 대표가 배우 박성웅씨나 수도권 지방법원의 부장판사와 술자리를 가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도 말했다. 다만 해당 만남이 실제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공판에서 증거조사 등을 진행한 뒤,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심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추가로 기소될 경우 재판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혀 추후 수사·기소 상황에 따라 정치권 파장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더해 재판로비 의혹까지 겹치며 대통령실과 여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은 예정된 기일에 증거관계를 정리한 뒤 선고 일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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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이정필#이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