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식품부터 심사까지 재편”…식약처, 국민안전·K바이오 속도전
인공지능을 축으로 한 식의약 안전 관리와 바이오 규제 혁신이 새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AI를 활용한 수입식품 위험예측부터 바이오시밀러 허가 기간 단축, 온라인 불법 광고 단속 강화까지 규제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국민안전을 탄탄히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동시에 심사 속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K푸드와 K바이오, K뷰티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규제당국의 AI 전면 도입 움직임이 글로벌 허가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유경 처장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식약처의 AI 활용 방향과 규제 혁신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식품 안전 영역에서는 AI 기반 수입식품 위험예측 모델과 식육 이물 검출 기술을 고도화해 검사 효율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이겠다고 밝혔다. 위험예측 모델은 과거 통관 이력, 원산지, 제조사 이력 등 빅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위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물품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기존 표본 중심 검사보다 고위험군 집중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오 처장은 담배 유해성분 관리에서도 데이터 기반 접근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각 담배 제품에 포함된 발암물질과 유해화학물질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보 공개가 향후 경고 문구, 경고 그림 등 규제 수위 조정과 연계될 여지도 있는 만큼, 담배 회사와 사용자 모두에게 정책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지털 기반 단속 체계도 확장된다. 식약처는 이미 온라인 상에서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 게시물을 자동 탐지하는 온라인 AI 캅스를 운영 중인데, 새해에는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적용 범위를 넓혀 신속한 차단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오 처장은 AI를 활용한 가짜 의사·약사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등 온라인 불법 의료광고 관리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속 자격증 위조나 오인 소지가 있는 표현을 자동 식별하는 기술이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을 겨냥한 식품·의약 안전망도 강화된다. 오 처장은 전국 모든 시군구의 노인·장애인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급식안전 지원을 확대해 시설별 위생 관리 수준을 균질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식품 정보 수어·음성 제공을 늘려 제품 선택 단계에서 정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의료 분야에서는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정부 직접 공급과 필수의약품 공공 생산 기능을 강화해 공급 중단과 품귀 상황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규제 혁신의 초점은 바이오의약품 심사 속도전으로 모아진다. 오 처장은 그동안 평균 420일이 걸리던 바이오시밀러 등 허가·심사 기간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240일 이내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I 기반 허가·심사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심사자의 자료 검토를 돕고, 유사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자동 매칭하는 등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시판 중인 바이오의약품과 품질, 효능, 안전성이 동등하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개발하는 생물의약품으로, 글로벌 제약사 간 특허 만료 이후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주요 규제당국도 심사 기간 단축과 디지털 도구 활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 FDA는 리얼월드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심사 인프라 고도화를 추진 중이며, 유럽의약품청도 디지털 전환 전략을 본격화했다. 국내에서 AI 기반 심사 지원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한국을 임상 및 허가 거점으로 삼으려는 해외 바이오기업 유치 경쟁에서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심사 속도와 안전성 검증의 균형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식약처는 산업 성장과 규제 정합성을 동시에 겨냥한 글로벌 전략도 병행한다. 오 처장은 식품 할랄 인증 지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화장품 안전성 평가 등에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설계를 통해 K푸드, K바이오, K뷰티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중동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할랄 식품 시장과,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기지를 노리는 위탁개발생산 산업, 고기능성 화장품 수출 시장을 동시에 정조준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에 빠르게 반영하는 새로운 소통 모델을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오 처장은 현장과 정책을 잇는 채널을 통해 업계와 의료현장의 요구를 상시 수렴하고, 필요한 규제 개선은 신속히 추진하는 한편, 추진 중인 정책은 국민에게 상세히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규제 혁신이 실제 산업계와 소비자에게 체감되려면, 개별 업종 특성을 반영한 미세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 처장은 끝으로 쉼 없는 노력과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식의약 안전 성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안전에 혁신을 더해 국민에게 안심을, 성장에 동력을 더하는 식약처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식약처의 AI 도입과 심사 기간 단축 구상이 실제 제도와 시스템으로 얼마나 빠르게 구현될지, 그리고 글로벌 규제 경쟁 속에서 어떤 차별성을 만들어낼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