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벤트 입찰 카르텔 파문”…니프코코리아·한국ITW, 독점 구조→공정위 제재 분수령
외국계 자동차 부품업체 두 곳이 차량용 에어벤트 부품 시장에서 장기간 입찰 담합을 통해 수주 물량을 나눠 가지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징계에 직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년 6개월에 이르는 조직적인 입찰 담합 행위가 확인된 니프코코리아와 한국아이티더블유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354억1천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는 아울러 두 법인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해 형사 절차도 병행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니프코코리아와 한국ITW는 2013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현대모비스 23건, 크레아에이엔 1건 등 총 24건의 차량용 에어벤트 부품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 업체와 입찰 가격, 응찰 방식 등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모델의 후속 차종에 대해서는 그간 납품해 온 업체를 그대로 수주 예정자로 정하고, 신차종이 등장할 때에는 협의를 통해 별도의 수주 예정자를 지정한 뒤 그 업체가 실제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가격 수준과 입찰 전략을 맞추는 방식이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후속 차종 19건, 신차종 5건 등 24건의 입찰에서 양사가 사전에 정한 수주 예정자가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는 구조가 반복됐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20건에서 두 회사의 계획대로 낙찰 결과가 귀결됐다고 밝혔다. 담합 기간 동안 현대모비스의 차량용 에어벤트 구매 금액 가운데 니프코코리아와 한국ITW가 공급한 물량 비중은 96.8%에서 10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사실상 양사가 시장을 양분한 독점에 가까운 공급 구조가 형성됐던 것으로 평가됐다.
차량용 에어벤트는 자동차 내부 공조 시스템에서 분출되는 공기의 방향과 양, 속도를 탑승자가 조절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인테리어 부품으로, 기능 안전과 NVH 성능, 조립 정밀도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영역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주요 모듈과 부품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1차 협력사라는 점에서, 에어벤트 공급을 둘러싼 이 같은 담합은 완성차 생산비 구조와 품질 경쟁, 더 나아가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 구조에도 왜곡을 초래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특정 부품군에서 1차 협력사와 소수 글로벌 벤더 간 거래가 고착화된 공급망 특성이 공급자 간 담합 유인을 키우는 제도적 취약성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현대차·기아의 핵심 부품 공급망에서 사실상 양자 독점에 가까운 구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담합 행위라는 점을 들어 위법성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에어벤트와 같이 대체 거래처 확보가 어려운 전장·내장 부품 영역에서 입찰 담합이 발생할 경우,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협상력과 기술 다변화 전략 모두가 제약을 받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전체 산업의 혁신 역동성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경쟁이 저해된 환경에서는 설계 최적화와 경량화, 친환경 소재 적용 등 기술 발전의 인센티브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내 자동차 부품 공급망 전반에 걸친 공정거래 감시 강화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ESG 경영과 공급망 책임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도 협력사 간 카르텔 관행을 엄중하게 다루는 제도적 기준이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에어벤트처럼 개별 차량당 단가 비중은 높지 않지만 생산량 전체로 보면 매출 규모가 상당한 부품에서 담합이 발생할 경우, 완성차 기업의 원가 구조는 물론 후속 차종 개발 전략에도 미세하지만 지속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1차·2차 협력사 구조가 집중된 핵심 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입찰 과정의 경쟁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다수의 벤더를 유지하고 기술력 있는 신규 공급업체의 시장 진입을 지원해 공급망 경쟁 환경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산업 전환이 가속되는 국면에서 부품 단가와 개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공정 경쟁을 전제로 한 효율적 조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각사 생존 전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