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은 여전히 견조”…미국, 12월 금리 인하 기대 꺾이며 금값 약세 심화
현지시각 기준 11월 20일, 미국(USA) 금융시장에서 9월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금리가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흐름은 국제 금시장을 압박해 최근 6거래일 중 5일 금값을 끌어내리며, 12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 결정이 글로벌 자산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Seeking Alpha에 따르면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시장 예상치 5만 명 증가를 크게 상회한 11만 9천 명 늘었다. 실업률은 다소 올라 4.4%를 기록했지만, 견조한 고용 증가세가 재확인되면서 연준의 조기 완화 기대는 한층 약해졌다. 노동통계국(BLS)은 10월 고용 보고서 발표를 취소하고 11월 수치를 12월 16일 Fed 회의 이후에 함께 내놓기로 하면서, 시장이 참고할 수 있는 추가 고용 신호는 제한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상당 부분 후퇴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해석도 비슷한 방향으로 모이고 있다. 제너 메탈스(Xaner Metals)의 수석 금속 전략가 피터 그랜트는 “고용 데이터는 둔화했지만 안정적인 노동시장이라는 Fed의 기존 인식을 확인해 주는 결과”라며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Watch 도구 역시 12월 인하 확률을 42% 수준으로 제시하며, 기준금리가 더 오래 제자리에 머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채권 수익률과 달러 가치에도 상방 압력을 주며, 무이자 자산인 금의 매력을 단기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인식은 그간 상승세를 이어온 금값을 조정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11월 인도 Comex 금 선물은 0.5% 하락한 온스당 4,056.50달러로 마감해 11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달 인도 Comex 은 선물도 1.1% 떨어진 온스당 50.247달러를 기록해 11월 10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유지되고 있지만, 단기 금리 부담이 귀금속 가격에 우위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금 가격 상방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UBS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투자를 금의 핵심 수요 요인으로 제시하며 2026년 중반 금 목표가를 온스당 4,500달러로 제시했다. 기존 목표치 대비 300달러 상향 조정한 수치다. 정치·재정 리스크가 한층 심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온스당 4,900달러까지도 가능하다는 상단 전망을 함께 내놨다.
유럽계 금융기관인 삭소은행도 최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이후 달러와 국채금리가 재차 강세를 보이면서 연준이 단기간에 방향을 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금 가격이 올해 들어 50% 이상 오른 뒤 거시·구조적 요인이 유지되는 가운데 조정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지정학적 분쟁, 신흥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움직임 등은 향후 금값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고용 지표는 Fed 통화정책의 핵심 잣대로 간주돼 왔다. 과거에도 예상보다 강한 고용 수치는 금리 인상 또는 동결 전망을 강화하며 금값에 하방 압력을 가했고,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약한 고용 수치는 금리 인하 기대를 높여 금 가격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며, 투자자들은 12월 FOMC 회의에서 나올 연준의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금 시장의 단기 흐름은 추가 고용과 물가 지표, 그리고 12월 금리 결정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고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가 재점화될 수 있지만, 견조한 고용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진다면 금리 동결 장기화와 함께 금값 조정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부상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준의 행보가 안전자산 선호와 귀금속 가격의 향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