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기한선물 청산이 폭락 이끌었다”…JP모건, 가상자산 변동성 구조적 경고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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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그 배경과 구조적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이번 폭락은 기관투자자 중심의 ETF 매도세가 아닌, 주로 무기한선물(perpetual futures) 시장에서 진행된 대규모 강제 청산이 기폭제였다. 이러한 현상은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과 민감한 투자자 심리를 부각시키며, 국제 금융시장은 물론 규제 환경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코인오태그가 인용한 JP모건 보고서는 “이번 급락의 주된 원인은 암호화폐 전용 거래자들이 집중된 무기한선물 포지션에서의 강제 청산 연쇄”라며, 이 기간 미결제약정이 달러 기준 약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결제약정은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계약의 전체 규모로, 시장 유동성과 활동성, 위험 노출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비트코인 급락, ETF 아닌 무기한선물 청산이 주도했다…JP모건 분석
비트코인 급락, ETF 아닌 무기한선물 청산이 주도했다…JP모건 분석

ETF 상품에서는 상대적으로 시장 충격이 제한적이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순유출 규모는 2억2천만 달러(전체 운용자산의 0.14%), 이더리움 ETF 역시 3억7천만 달러(1.23%) 수준에 그쳤다. 반면,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150만 명 이상이 롱 포지션에서 청산을 겪으며, 총 200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단일 청산이 이뤄졌다.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분석팀은 “무기한선물 시장은 만기 제한 없이 레버리지 거래가 이루어지는 만큼, 급변하는 시세에서 연쇄적인 청산(디레버리징)의 도미노 위험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번 변동성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높은 레버리지 구조, 그리고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반의 투자행태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주요 기관투자자가 거래하는 CME(시카고상품거래소)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서는 청산 규모가 미미했으며, 실질적 제도권 자금의 대이탈은 관측되지 않았다. JP모건은 “ETF 등 규제 상품에서는 장기 보유자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규제 사각지대에서 활동하는 개인 및 전문 트레이더 중심의 무기한선물 시장에서는 높은 레버리지와 급격한 변동성,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로 인한 연쇄 청산이 손실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구조 자체의 취약성이 노출됐다”며, 실제 가치 기반이나 실물 담보가 없는 암호화폐 특성상 심리 변화와 모멘텀 매매가 극적으로 가격에 반영된다고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의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미흡한지 보여주는 경고”라고 평했다. 블룸버그는 “규제 공백과 비대칭적 레버리지 구조가 글로벌 시장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시장에 대해 JP모건은 “구조적 변동성 확대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며, 특히 미결제약정과 거래소별 레버리지 수준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장 심리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과도한 레버리지 노출을 경계해야 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국의 가상자산 규제 강화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는 이와 같은 급변이 반복될지 여부와, 시장 리스크 관리 체계의 실질적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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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비트코인#무기한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