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매도 부담 완화에 한진칼 6%대 급등…지배구조 이슈·회사채 흥행이 수급 반전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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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가가 공매도 부담 완화와 회사채 시장 호평, 지배구조 이벤트 재부각이 겹치며 단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공매도 숏커버와 경영권 관련 뉴스 플로우가 방향성을 크게 좌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회사 실적과 방산·우주 사업 비전이 지주사 가치의 하단을 지지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향후 주가 흐름이 항공·운송 업황보다 지배구조 변수와 수급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4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장중 기준 한진칼 180640 주가는 10만4,800원으로 전일 대비 6.50 상승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한진칼 주가는 9만원대 초반까지 밀린 뒤 11만원대 중반에서 강한 저항을 확인하는 박스권 흐름을 반복해 왔다. 시장에서는 9만3,000원 안팎을 단기 저점, 11만7,000원 선을 단기 상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직전 저점 대비로는 점진적인 저점 높이기가 시도되고 있어 6개월간 이어진 하락 추세가 완만해지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한진칼[18064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한진칼[18064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6개월 단위로 보면 한진칼 주가는 약 9만3,000원에서 15만5,000원 사이에서 넓은 등락을 보였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현재 수준은 10퍼센트대 초반 하락 구간으로 상반기 경영권 기대감이 정점을 찍은 이후 조정을 거쳐 재차 방향성을 모색하는 단계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52주 기준으로는 최저 7만1,100원, 최고 16만5,000원을 기록해 변동성이 큰 종목이라는 특성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단기 기술적 흐름을 보면 5일·20일·60일 이동평균선이 모두 현 주가 아래에서 수렴하는 양상이다. 최근 종가는 세 이평선을 동시에 상향 돌파한 수준으로 기술적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거래량도 최근 한 달 평균이 6개월 평균을 소폭 상회해 가격 조정 국면에서도 매수·매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된 것으로 나타난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10만원 안팎을 지지선, 11만5,000원에서 12만원대 구간을 과거 매물대가 집중된 저항 영역으로 주목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공매도 잔고와 외국인·기관 매매 패턴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공개된 최근 수치 기준으로 외국인은 11월 중순 이후 여러 차례 대량 순매도를 기록했다.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일별 순매매를 단순 합산하면 외국인은 약 4만5,000주, 기관은 약 7만3,000주 순매도해 보수적인 포지션을 유지한 것으로 집계된다. 다만 같은 기간 중 19일과 20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로 전환된 날도 포착됐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잔고가 높은 상황에서 장중 급등이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반등은 숏커버링과 단기 이벤트 드리븐 매수가 결합된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종 내 위치를 보면 한진칼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과 함께 항공·운송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지주사 성격이 짙다. 시가총액은 약 7조원으로 대한항공 약 7조8,000억원보다는 작지만 항공 관련주 중 상위권이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81위권 중형주에 속한다. 최근 등락률을 비교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 소폭 하락 또는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진칼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항공주 내 상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과 재무구조 측면에서 한진칼은 지주사라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간 기준 매출액은 2022년 2,003억원, 2023년 2,757억원, 2024년 2,922억원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5억원에서 428억원, 492억원으로 늘며 영업이익률이 7퍼센트대에서 15퍼센트대 중반, 16퍼센트대 후반까지 개선됐다. 순이익은 지분법 이익과 배당 수입 영향으로 순이익률이 100퍼센트를 크게 상회하는 구조를 보인다. 2024년 기준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16퍼센트대, 부채비율은 20퍼센트대 후반, 당좌비율은 70퍼센트대 후반으로 지주사 중에서도 재무건전성이 상위권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항공·운송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 PER이 약 10배 안팎인 가운데 한진칼은 2025년 상반기 기준 10배 초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단기 조정으로 과거 대비 일부 부담은 완화됐지만 대한항공 8배대 등 주요 항공사 대비로는 상대적인 프리미엄이 부여된 상태다.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1배 안팎으로 동종 업종 내에서는 낮은 편이지만 지주사 할인과 지배구조 리스크 프리미엄이 동시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배당 매력은 크지 않은 편이다. 한진칼의 배당수익률은 약 0.34퍼센트 수준에 머물러 고배당주로 분류되기 어렵다. 항공·운송 업종 평균과 비교해도 배당 매력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한진칼 투자 포인트가 배당보다는 자회사 실적, 지배구조 이벤트, 지주사 할인 해소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고 본다. 컨센서스와 목표주가에 대해서는 공시된 수치가 거의 없어, 투자자들이 개별 리포트와 지배구조·수급 이슈를 중심으로 적정 밸류를 가늠하는 양상이다.

 

최근 수급 개선의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로는 회사채 발행과 채권시장에서의 긍정적 평가가 거론된다. 한진칼은 올해 공모 회사채를 두 차례 이상 발행하며 최대 2,8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구조를 마련했다. 첫 수요예측에서 800억원 모집에 3,600억원이 넘는 주문이 몰리며 오버부킹이 발생했고 발행금리도 민간 채권평가사 기준 금리 민평 대비 낮은 언더 구간에 형성됐다. 신용평가사는 한진칼에 A 마이너스, 전망 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채권시장의 우호적 반응은 차환과 투자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를 줄이며 재무 안정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회사 대한항공과 한진의 사업·실적 모멘텀도 지주사 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재료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과 UH60·H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 등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항공기 매각과 효율화 작업을 병행하며 중장기 현금창출력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한진에서 발생하는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 수입에 실적이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항공업 회복과 방산 사업 확대는 지주사 밸류에 우호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그룹 차원의 장기 비전 또한 한진칼 주가 스토리의 일부를 형성한다. 한진그룹 창립 80주년 행사에서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은 2045년까지 그룹 매출을 2배로 키우겠다는 목표와 함께 우주사업을 핵심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기존 항공·물류 중심에서 위성, 항공우주, 관련 서비스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수익 기여 시점이 제시되지 않아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중장기 성장 옵션 수준의 재료로 제한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지배구조·경영권 리스크는 한진칼의 가장 큰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원태 회장 측과 호반그룹 간 지분 경쟁, 상법 개정안의 3퍼센트룰 적용 가능성, 사내근로복지기금에 대한 자사주 출연 등 일련의 움직임이 모두 의결권과 우호지분 구도를 둘러싼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사주를 복지기금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의결권이 되살아나면서 경영권 방어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주가치 희석 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이런 불확실성이 주가에 구조적인 지배구조 디스카운트를 부여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테마 관점에서 한진칼은 네 가지 성격이 복합된 종목으로 분류된다. 첫째 한진그룹의 지주사로서 지주사·지배구조·배당 관련주 성격을 지니며 지주사 가치 재평가 흐름이 나타날 때 동반 강세를 보이는 패턴이 반복됐다. 둘째 대한항공과 한진을 핵심 자회사로 두고 있어 항공·저비용항공사·물류 테마와 동행하며 항공 수요 회복과 운임 사이클 변화에 따라 주가 베타가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셋째 방산·우주 로드맵을 바탕으로 방산·항공우주 테마가 추가된 상황이고, 넷째 호반그룹 지분 확대와 상법 개정 이슈로 경영권 분쟁·지배구조 개선 관련 테마주로 단기 트레이딩 수요가 자주 유입되는 종목에 속한다.

 

동일 업종 내 상대 평가를 보면 한진칼의 강점은 수익성과 재무구조, 약점은 밸류에이션과 매출 규모에서 나타난다. 영업이익률과 ROE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이며 부채비율과 당좌비율도 보수적인 편이다. 반면 매출 규모는 항공사들보다 훨씬 작고 PER은 업종 평균을 상회해 지배구조 이벤트와 자회사 실적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향후 한 달가량 단기 구간에서는 수급과 지배구조 뉴스 흐름이 주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확대나 경영권 이슈 완화로 이벤트 프리미엄이 축소될 경우 9만3,000원 부근까지 재차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수적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반대로 회사채 시장에서의 신뢰 유지와 방산·우주 모멘텀, 추가 지분 변동 이슈가 겹칠 경우 단기적으로 12만~13만원대 회복 시도도 열려 있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한진칼 투자 시 단기 테마성 변동성과 경영권 관련 뉴스 플로우에 따른 급등·급락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주사 특성상 자회사 실적과 배당 정책, 상법·공정거래 규제 변화, 공매도 잔고와 수급 구조, 회사채 발행 여건 등이 중장기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표 대결 국면으로 비화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평소보다 크게 확대될 수 있어 중장기 투자자라면 지배구조 정비와 지주사 할인 해소 여부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한진칼 주가 향방은 항공·방산 실적 흐름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속도, 회사채 시장 신뢰도 등 복합 요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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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대한항공#호반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