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무시한 묻지마 기소"…공수처, 해병특검 수사 정면 비판
중대 사건 수사를 둘러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 수뇌부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기소가 이뤄지자, 공수처가 법리 오해와 무리한 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 핵심 수사기관끼리 날 선 공방을 주고받는 상황이어서 정치권과 사법 체계 전반에 파장이 예견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6일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데 대해 공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냈다. 공수처는 "결론을 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꿰어맞춘 기소"라며 "기본적인 법리조차 무시한 묻지마 기소"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기소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오동운 처장과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공수처 부장검사 등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혐의는 이들이 지난해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약 11개월 동안 대검찰청에 사건을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았고, 자체 수사도 진행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이 직무상 의무를 저버린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문제의 고발 사건 성격부터 특검 판단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송창진 전 부장검사 관련 고발 사건에 대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그 과정에서 제기된 수사 외압 의혹이라는 본래의 쟁점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채상병 사망 경위와 수사 외압 논란이 특검 설치의 근간인데, 이를 벗어난 사안까지 직무유기 혐의로 엮어 수사한 것은 범위를 벗어났다는 취지다.
특검팀이 직무유기 동기를 공수처 수뇌부가 외부 수사기관의 조사 대상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본 해석에 대해서도 공수처는 강하게 부인했다. 공수처는 "주임검사였던 박석일 전 부장검사가 수사보고서에 일방적으로 적어 넣었던 의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개인 의견에 가까운 서술을 조직 차원의 불법 동기로 확장한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핵심 쟁점은 공수처장에게 대검찰청 통보 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이다. 공수처는 "공수처장에게 공수처 검사의 범죄와 관련해 대검에 통보 의무가 생기는 경우란 단순히 공수처 검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접수된 때가 아니라 수사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혐의가 인정될 때"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고발 접수만으로 곧바로 대검 통보 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며, 혐의 유무를 가리기 위한 내부 검토 단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이와 함께 조직 차원의 대응 방향도 밝혔다. 공수처는 "공수처장·차장은 향후 진행될 공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고 덧붙였다. 특검의 기소에 맞서 법정 공방을 통해 법리와 사실관계를 재구성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채상병 순직 사건 본류와 관련해서도 추가 기소를 진행했다. 특검팀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와 김선규 전 공수처 부장검사를 각각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채상병 사망 이후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또 수사 담당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재판 과정에서 다시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공수처와 특별검사팀이 서로의 법리 해석과 수사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 공방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향후 법원에서의 심리 결과에 따라 공수처 조직 운영과 특검 권한 행사 범위에 대한 제도 논의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과 사법 당국은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후속 입법과 감독 장치 보완 여부를 검토하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