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만에 감염병 잡아낸다”…가톨릭중앙의료원, 나노입자 초고속 진단법 발표
감염병과 염증 진단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과 포항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단 10분 만에 미량의 항원을 초정밀하게 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초고감도·초고속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는 즉각적인 감염 여부 판별과 질병 중증도 평가에 이 기술이 도입될 경우, 기존 진단법의 지연과 한계를 뛰어넘는 산업적 파급력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성과가 현장진단 경쟁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양자점 복합체’라는 신규 형태의 나노입자를 자체 개발해 기존 방식보다 현저하게 빠르고 민감한 검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양자점(Quantum Dot)은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입자 표면에 빛을 쏘면 특정 색으로 발광해 극미량의 바이오마커(항원, 단백질 등)를 판별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복합체는 여러 개의 양자점을 하나의 견고한 나노구조에 통합, 신호 세기와 안정성을 기존 대비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층상 자기 조립 공정이라는 독창적 공법을 통해 나노입자 표면의 화학 구조를 정밀 조절했으며, 외부 영향에 따른 발광 신호 약화(형광 소광)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항원·항체 결합력 역시 최대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적용 실험에서는 염증 반응 시 체내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C-반응 단백질(CRP) 검출에 성공했다. 기존 효소결합면역검출법(ELISA)이 4~24시간 걸리던 진단 시간을 10분 이내로 줄였으며, 기존 진단법보다 50만 배 민감하게 극소량의 항원까지 탐지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같은 혁신적 감지 민감도가 응급의료, 감염병 초기 대응, 현장진단(POCT) 등 수요가 급증하는 영역에서 실효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이번 기술은 혈액검사뿐 아니라 면역염색화학법 등 세포·조직 내 단백질 진단 영상에서도 기존 대비 더 작은 표적물질도 정확하게 표지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노입자 기반 진단기술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번 성과는 구조적 견고성 및 신호 강도의 우위로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가 모아진다. 미국, 유럽 주요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현장형 진단 장비 도입과 바이오센서-영상기술 융합 플랫폼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진단 장비의 상용화를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허가, 표준화는 필수적 단계다. 식약처에서는 나노입자 기반 진단기기의 안전성·정확성 평가 기준을 별도 마련하고 있으며, 유럽 EMEA, 미국 FDA 역시 관련 허가 프로세스를 정립 중이다.
박준혁 교수는 “반도체 나노입자 복합체 기반의 이번 진단법은 다양한 바이오마커, 미량 바이러스 탐지 등 의료현장의 광범위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의 상용화 및 글로벌 임상 적용도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러한 나노기술 융합형 진단법이 조기진단, 응급의료, 맞춤형 치료 등 의료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점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