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금리 인하보다는 타깃 지원”…중국, LPR 6개월 동결에 완화 속도 조절 전망
현지시각 기준 20일 중국(China)에서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가 6개월 연속 동결되면서 통화완화 속도 조절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결정은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전면적인 금리 인하 대신 목표형 신용 지원에 무게를 두는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20일 1년물 LPR를 3.0%, 5년물 LPR를 3.5%로 각각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1년물은 일반 기업대출, 5년물은 주택담보대출 등 장기 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된다. LPR는 20개 주요 상업은행이 자금 조달 비용과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 산정한 금리를 은행 간 자금중개센터에 제출하면, 중국인민은행이 이를 취합·점검해 결정하는 구조다.

중국에는 명목상 기준금리가 존재하지만 장기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질적인 시중금리의 기준은 LPR가 맡고 있다. 중국 당국은 내수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하자 지난해 10월 1년물 LPR를 3.35%에서 3.10%로, 5년물을 3.85%에서 3.60%로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이어 올해 5월에도 두 금리를 각각 0.10%포인트 낮췄으나, 이후 추가 인하는 중단하고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번 동결을 상당 부분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이 실시한 설문에서 시장 전문가 23명 전원이 11월 LPR 동결을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선 중국의 주요 정책금리로 여겨지는 7일물 역레포 금리가 이달에도 유지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동시에 중국 통화정책 방향이 “덜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같은 해석에는 중국인민은행이 이달 공개한 3분기 통화정책 집행 보고서가 힘을 보태고 있다. 보고서는 기존에 강조해온 ‘역주기조절(counter-cyclical adjustment) 강화’에 더해 ‘과주기조절(cross-cyclical adjustment)을 잘해야 한다’는 문구를 새로 포함했다. 역주기조절이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한 단기적 완화 강화라면, 과주기조절은 중장기적 경제 안정성을 감안해 완화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는 접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표현 변화를 두고 중국이 단기간의 강력한 기준금리 인하보다 중장기 균형을 고려한 신중한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토미 셰 OCBC은행 아시아 거시 연구 책임자는 인민은행 보고서에 과주기조절이 추가된 점을 “광범위한 완화 정책의 시급성이 줄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정책 초점이 추가적인 전면 금리 인하보다는 특정 부문을 겨냥한 타깃형 신용 지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실물경제 지표에서는 신용 수요 위축이 확인되고 있다. 중국 은행권의 신규 대출 규모는 10월 들어 전달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가계와 기업이 차입을 통해 투자와 소비를 확대하기보다 부채 부담 축소를 택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경기 전망 불확실성과 미·중(USA–China) 간 무역 긴장 심화가 맞물리면서, 중국 가계와 기업이 추가 부채에 더욱 신중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LPR 동결은 단기적으로 중국 채권금리와 자본시장 변동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향후 경기 부양 강도와 정책 수단 구성에 대한 관망 기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중국인민은행이 선택적인 금리 조정보다 특정 산업과 취약 부문을 겨냥한 목표형 신용 공급, 구조적 정책수단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경기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내수 회복 지연과 부동산 조정, 대외 갈등 변수 속에서 중국 통화정책의 미세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LPR 동결과 타깃형 지원 강화 기조가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