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결혼 시기까지 말해준다"…결혼데이터 분석 상용화 주목
AI와 빅데이터가 개인의 결혼 시기와 출산 계획까지 계산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소셜미디어 활동과 소비 패턴, 건강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결혼 연령과 출산 시점, 커리어 경로를 제안하는 서비스가 글로벌 IT와 바이오 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실험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단순한 연애 상담을 넘어, 정밀 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결합한 새로운 인생 설계 시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기술적 측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생활 데이터와 생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알고리즘이다. 스타트업과 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의 연령, 연애·결혼 이력, 근로 형태, 소득, 여가 시간 같은 라이프로그에 더해, 스마트워치와 헬스케어 앱에서 수집된 심박수, 수면 패턴, 체중 변화 같은 지표를 동시에 학습시키고 있다. 여기에 난소 기능 저하 속도, 대사증후군 위험도 등 의료기관이 보유한 임상 데이터를 익명화해 투입하면, 개인별 임신 가능 연령대와 난임 확률을 기존 통계 기반 예측보다 더 세밀하게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런 AI 모델은 단순 평균값이 아니라 개별 패턴을 반영한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비슷한 연령의 여성이라도 야간 근무 비중, 흡연·음주 습관, 체질량지수, 생리 불순 여부 등에 따라 난소 예비력 감소 속도가 크게 달라지는데, AI는 이런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 위험 구간에 진입하는 시점을 예측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발된 일부 모델은 조기 난소부전 고위험군을 찾아내는 정확도가 기존 의사 경험 기반 예측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는 내부 평가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인식 변화, 저출생 위기 심화와 맞물리며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본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결혼 적정 연령을 묻는 대신, 커리어 목표와 건강 상태, 원하는 자녀 수를 입력하면 각 시나리오별 삶의 경로를 시뮬레이션 받아보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20대 후반에 결혼해 30대 초반에 출산하는 경우와, 30대 중반 이후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는 경우 각각에 대해 소득 궤적, 커리어 단절 가능성, 산모 합병증 발생 위험도, 난임 치료 소요 비용 같은 지표를 수치화해 비교해준다.
이런 기술은 디지털 헬스케어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과 헬스케어 기업은 난임 클리닉에 내원하기 전 단계에서 AI 기반 라이프 플래닝 상담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생활 습관과 건강 정보, 결혼·출산 의향을 입력하면, AI가 체중 관리나 흡연 중단 같은 생활습관 개선 목표와 함께 임신 준비에 적합한 예상 시점을 제안하는 구조다. 난임 치료 과정에서 축적되는 호르몬 수치, 배란 주기, 체외수정 시도 횟수 같은 데이터까지 누적되면, 장기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생식 건강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관련 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애·결혼 매칭 플랫폼이 사용자 행동 데이터와 심리 검사 결과를 반영해 장기 관계 성공 확률을 점수로 제시하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동시에 유전자 검사 기업들은 다낭성 난소증후군, 조기 폐경, 특정 유전 질환 보인자 여부처럼 생식과 직결된 유전 정보를 리포트에 포함시키며, 결혼과 출산 시점 결정에 참고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국가 단위 인구 전략의 일환으로 결혼·출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지원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다만 결혼과 출산 같은 고도의 개인적 선택 영역에 AI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규제와 윤리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보면, 연애 이력, 성관계 경험, 피임 방식, 정신건강 상태 등에 관한 민감 정보가 대규모로 수집·분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 관련 부처가 각각 헬스케어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혼과 출산 연계 알고리즘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부재한 상황으로 보인다.
의료 규제 측면에서도 쟁점이 있다. 특정 연령 이후 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학적 사실을 근거로, AI가 사용자에게 결혼이나 출산 시기를 강하게 권유하거나 경고할 경우 의료 행위와 상담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지, 단순 정보 제공 서비스로 볼지에 대한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AI 규제 법안에서는 고위험 영역에 속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투명성, 설명 가능성, 편향 검증을 의무화하고 있어, 향후 라이프 플래닝 AI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장점과 함께 위험성도 동시에 지적한다. 통계와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최적 결혼 연령과 출산 시점이 사회적 규범처럼 받아들여지면, 개인의 자율성이 위축되고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특정 연령대 이상 미혼 여성이나 무자녀 부부에게 보험·대출 등에서 불리한 조건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데이터 기반 차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혼·출산 정보 제공이 오히려 불필요한 죄책감을 줄이고, 장기 인생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결국 기술 자체보다는 설계 방식과 제도 장치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사용자가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를 먼저 입력하고, AI는 그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보조 도구 역할에 머무를 때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자는 AI 기반 결혼·출산 추천 기술이 정밀 의료와 데이터 경제가 만나는 상징적 지점이 될 수 있다며, 산업계는 예측 정확도 경쟁 못지않게 윤리와 규제 준수 설계에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앞으로 이 기술이 실제 서비스로 안착하며 삶의 중요한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