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의에 이견”…이재명·트럼프, 한미 정상회담서 공동성명 무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안보 현안을 둘러싼 이견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가운데, 공동성명 등 공식 문서 채택은 무산됐다. 여론의 관심이 쏠렸던 관세 합의 반영 방식, 그리고 국가안보 분야 협상에서 양국의 입장 상충이 결과물 부재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25일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미 양측은 공동성명 혹은 합의문 채택을 두고 물밑 신경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정상회담 결과를 문서화하는 부분에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들은 “3천500억 달러 투자 이행 방안, 관세 조정 타임라인, 세부 실행방식 등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설명을 내놨다.

특히 한국 정부는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낮추는 최근 양국 간 합의 내용을 정상회담 문서에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한 반면, 미국 측은 투자 확대에 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과 시한, 이행 규모를 명확하게 명기하길 원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신중한 접근을 보였고, 세부 조건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보 부문도 협상 진통이 불가피했다. 미국은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명시하길 원했지만, 한국 측이 이에 즉각 동의하지 않으면서 관련 논의는 추후 실무 채널로 넘어갔다. 양국은 원자력 협정 개정, 동맹 현대화, 방위 부담 분담 등 핵심쟁점을 놓고 조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엔 이르렀으나, 합의문 작성을 위한 구체적 수치·조건에선 최종 조율이 무산됐다.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 여론의 관심은 자연스레 정상회담의 전략적 의미로 옮겨붙고 있다. 미국 측이 투자 약속 이행의 ‘가시적 수치’를 최우선 과제로 압박하고, 보호무역 기조와 연계한 ‘관세 인하-투자 실천’조건을 내건 것은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협상 방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당국자는 "EU와 일본 등 다른 주요국 대미 협상 동향을 살펴가며 일종의 기준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공식 합의문이 도출되지 않은 것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문서화 기피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덧붙여진다. 회담 이후 구체적 실행에 ‘서명’이 아닌 ‘실행’을 중시하는 방식이 의도된 차별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전문가 일부는 “명문화된 문서 부재는 오히려 한국 입장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세 현안 등 핵심 사안에 대한 후속 실무 협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안보 분야 역시 향후 한미안보협의회(SCM) 등 다자 회의체를 통한 추가 논의가 예고되면서, 한미관계의 실질적 파급력은 당분간 협상 테이블에서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