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타트루타이드 삼중작용 비만약 3상…릴리, 32킬로 감량 입증하며 비만시장 흔든다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차세대 비만약 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가 삼중 작용 기전을 적용한 신규 후보 레타트루타이드의 3상 중간 성과를 공개했다. 기존 GLP1 계열 체중감량 주사제를 넘어서는 고강도 체중 감량 효과와 동시에 무릎 골관절염 통증 개선까지 확인되면서, 비만과 퇴행성 관절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복합 치료제 시장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글로벌 비만약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의미 있는 분기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11일 현지 시간 기준으로 레타트루타이드의 임상 3상 TRIUMPH-4 연구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무릎 골관절염을 동반한 성인 445명을 대상으로 주사제 레타트루타이드와 위약을 비교한 시험에서, 레타트루타이드 12밀리그램 투여군은 68주 만에 평균 28.7퍼센트, 절대 체중 기준 약 32킬로그램의 감소를 기록했다. 최근 상용화된 GLP1 기반 비만 치료제의 평균 감량 폭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레타트루타루타이드는 GIP, GLP1, 글루카곤 세 가지 호르몬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 작용제다. GIP는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조절하고, GLP1은 식욕을 줄이고 위 배출을 늦추며 포만감을 높인다. 여기에 에너지 소비와 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표적에 포함하면서, 칼로리 섭취 감소와 에너지 소비 증가를 함께 노리는 구조다. 단일 GLP1 작용제나 이중 작용제 대비 체중 감량 속도와 폭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TRIUMPH-4에서 레타트루타이드는 체중 감소뿐 아니라 무릎 통증이라는 임상적 증상에도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연구진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골관절염 평가 도구인 WOMAC 지수를 이용해 통증 변화를 측정했으며, 레타트루타이드 투여군에서 통증 점수가 평균 최대 4.5점, 비율로는 75.8퍼센트 감소했다. 체중 감소로 인한 관절 부담 경감과 항염증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체 기능 지표 역시 위약 대비 의미 있는 개선이 보고됐다.
다만 레타트루타이드의 강력한 약효가 부작용과 치료 중단율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은 향후 상용화 전략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TRIUMPH-4에서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9밀리그램 투여군 12.2퍼센트, 12밀리그램 투여군 18.2퍼센트로 집계됐다. 같은 시험의 위약군 중단율이 4.0퍼센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 위장관계 이상반응이나 급격한 체중 감소에 대한 불편감뿐 아니라, 과도한 체중 감소 자체를 이유로 치료를 멈춘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회사는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단율이 기저 BMI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결과다. BMI 35 이상 고도비만 환자군만 따로 보면,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이 9밀리그램 투여군 8.8퍼센트, 12밀리그램 투여군 12.1퍼센트로 전체 환자군보다 의미 있게 낮아졌다. 같은 기준 위약군은 4.8퍼센트였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목표 감량 폭이 크고, 동일한 체중 감소에도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치료 지속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업계에서는 초기 용량과 증량 속도, 대상 환자 BMI 구간에 따른 맞춤형 투약 전략이 상용화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레타트루타이드는 현재 비만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대사증후군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으로도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주 1회 투여하는 레타트루타이드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7건의 추가 3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을 동시에 달성하는 결과가 확실히 입증된다면, 기존 GLP1 기반 당뇨·비만 적응증 포트폴리오를 크게 확장할 수 있는 카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비만약으로 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일라이 릴리가 GLP1·GIP 이중 작용제와 레타트루타이드 같은 삼중 작용 후보로 반격에 나선 구도다. 여기에 다국적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각각 다양한 호르몬 타깃 조합, 경구제와 주사제 등 제형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면서, 후보물질 단계에서부터 체중 감량 폭과 부작용 관리 간 최적 균형점을 찾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비만 치료제는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장기 안전성과 심혈관 이벤트 감소, 삶의 질 개선, 동반 질환 관리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FDA와 유럽 규제당국은 체중 감소를 일차 평가변수로 보면서도, 당뇨병·심혈관질환·관절질환 등 동반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 검토하고 있다. 레타트루타이드가 비만과 무릎 골관절염 통증을 동시에 개선한 점은 장기적으로 보험 급여 및 처방 가이드라인에서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이상반응으로 인한 중단율은 허가 심사 과정에서 면밀한 분석과 위험 최소화 계획을 요구받을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레타트루타이드 같은 삼중 작용 비만약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 경우, 비만 관리가 단순 체중 조절을 넘어 다기관 대사질환 통합 관리로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체중 감량 폭이 커질수록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등의 개선 가능성도 커지지만, 영양 불균형과 근육량 손실, 정신 건강 영향 등 새로운 관리 이슈도 함께 부상할 수 있다. 산업계는 향후 레타트루타이드 추가 3상 결과와 규제 당국의 평가를 주시하며, 이 약물이 실제 비만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견인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