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ESS 전환 기대에 18% 급등…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실적 부진에도 리레이팅
20일 증시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가 AI와 에너지저장장치 ESS 소재 사업 확대 기대를 타고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실적 부진을 저점으로 EV 중심 사업에서 AI·ESS 전지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돌리겠다고 밝히면서, 단기적으로는 실적보다 성장 스토리가 주가를 이끄는 전형적인 성장주 패턴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향후 AI 인프라와 ESS 수요 확대로 어느 정도까지 실적 개선이 뒤따를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일 장중 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는 39,300원으로 전일보다 18.02% 상승했다. 전일 한때 3만3천 원대까지 밀렸던 약세를 하루 만에 되돌리며 4만 원선 재돌파를 시도하는 흐름이다. 장중 가격은 36,250원에서 41,600원 사이에서 등락하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120/1763612794588_856582521.jpg)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을 보면 10월 20일 종가 26,800원에서 이날 39,300원까지 약 47% 상승했다. 11월 10일에는 24,150원 저가를 찍은 뒤 상한가에 근접한 29.82% 급등으로 3만2천 원대까지 치솟았고, 12일 장중에는 43,4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6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5월 말 20,200원 수준에서 출발해 현재가 기준 약 95%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대비 구조적인 상승 추세가 확인된다는 평가다.
기술적으로도 단기 추세 개선 신호가 뚜렷하다. 20일 기준 5일 이동평균선은 약 36,400원, 20일선은 31,100원, 60일선은 26,700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현재 주가는 세 개 이동평균선을 모두 상회 중이다. 최근 한 달 저점은 2만4천 원대, 고점은 4만3천 원대에 형성돼 박스폭이 약 80%에 달할 정도로 변동성이 크고, 4만 원선을 전후로 차익 매물과 뉴스 모멘텀에 따라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수급 면에서는 테마성 매매가 집중되는 이슈 중심 종목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최근 한 달 일평균 거래량은 약 60만주 수준이지만, 11월 10~12일과 20일에는 150만주에서 최대 400만주를 웃도는 대량 거래가 발생했다. 20일 장중 거래량도 약 178만주로, 6개월 평균치인 약 20만주의 8배가 넘는 수준이다.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외국인은 약 21만주 순매도, 기관은 약 43만주 순매수를 기록해 기관이 AI·ESS 전환 스토리를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반면, 외국인은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서는 구도가 형성됐다. 기관 매수세가 강했던 구간에 신고가 랠리가 나타났고, 외국인 매도가 확대된 날에는 4~9% 조정이 반복돼 수급과 주가가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다.
동일 업종 내 상대평가에서도 두드러진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삼성전기, 이수페타시스, LG이노텍, 대덕전자 등과 함께 전자부품·IT부품 업종에 속한다. 최근 단기 등락률은 약 18%로, 삼성전기 3%대, 이수페타시스 4.5%대, LG이노텍 0%대 중반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대덕전자가 -2%대 약세를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시가총액은 약 2조700억 원으로 코스피 191위에 위치하며, 대형사인 삼성전기·LG이노텍보다 작은 중형 소재주로 분류된다. 외국인 지분율은 약 8%대로 동일 업종 주요 종목의 30% 안팎과 비교해 낮아 향후 수급 개선 여지는 남지만, 현재로서는 국내 기관과 개인 중심으로 거래되는 구조다. 반도체, 대형 2차전지주 등 시장 주도주보다는 AI 인프라·2차전지 소재 체인에서 후행적으로 움직이는 2선 소재주 포지션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실적과 주가 레벨이 엇갈린 모습이다. 연간 기준 매출은 2022년 7,294억 원에서 2023년 8,090억 원으로 늘었고, 2024년 9,023억 원이 예상된다. 다만 2025년 추정치는 6,815억 원으로 낮아져 성장 경로가 한 차례 꺾이는 구조다. 영업이익은 2022년 848억 원에서 2023년 118억 원으로 줄어든 뒤, 2024년 -644억 원, 2025년 -1,377억 원 적자가 예상되는 등 수익성 훼손이 두드러진다. 자기자본이익률 ROE도 2022년 3.6%에서 2024년 0.4%대로 떨어졌고, 2025년에는 -9%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부채비율이 20% 안팎, 당좌비율은 300~600% 수준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에도 재무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적자 기조 탓에 주가수익비율 PER는 의미 있는 비교가 어려우며,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1배대 중반으로 동종 업계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주가가 AI·ESS 전환 스토리를 선반영한 성장 기대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다. 배당 수익률 관련 정보는 제한적이고, 단기 배당 매력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가 급등의 출발점은 역설적으로 3분기 실적 쇼크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3분기 매출 1,437억 원, 영업손실 34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약 32% 줄었고 적자 폭도 확대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EV 수요가 둔화하고 보조금이 축소된 가운데, 주요 완성차·배터리 고객사가 재고를 줄이면서 북미 전기차용 전지박 가동률이 떨어진 영향이다. 고정비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셈이다.
여러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일제히 시장 기대를 하회한 실적이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이번 분기가 실적 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반복됐다. 해석은 EV 수요 조정이 단기 충격을 줬지만, 포트폴리오 전환이 본격화되면 2025년 이후 실적 반등 여지가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투자자들도 3분기 부진을 차라리 바닥 확인 구간으로 받아들이면서, 이후 제시된 성장 로드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회사가 꺼내 든 핵심 전략은 EV 중심 전지박 비중을 줄이고 AI·ESS 중심 동박 포트폴리오로 재편하는 것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북 익산 공장의 전지박 생산라인 일부를 AI 서버용 고부가 회로박 라인으로 전환하고, 북미 ESS용 전지박 중심 생산 체계를 병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하이엔드 동박 제품군인 하이스텝, ESS용 전지박, 리튬인산철 LFP 양극재,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등 차세대 전지 소재 라인업을 제시했다. 전통적인 2차전지 동박 공급업체에서 AI 데이터센터와 ESS 인프라 소재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룹 차원에서도 비주력 사업을 줄이고 동박·에너지 소재 부문으로 연구개발과 투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이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AI·ESS 소재를 키우겠다는 메시지가 명확해졌다고 평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 지원이 동박 설비 증설과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되고 있다.
11월 19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처음 개최된 테크 데이 2025는 전환 스토리를 수치와 일정으로 구체화한 계기가 됐다. 회사는 이 행사에서 AI용 고성능 회로박, 하이스텝 라인업, ESS·차세대 전지 소재 투자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며 EV 캐즘으로 흔들린 실적을 AI·ESS 수요로 만회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튿날인 20일 장 초반부터 매수세가 집중되며 주가가 20% 안팎 급등했고, 직전 며칠간 4~9% 조정받았던 낙폭을 하루 만에 회복하는 재평가 장세가 연출됐다.
증권가의 시각도 방향성에서는 대체로 일관된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보면서 ESS와 AI 회로박을 중장기 성장 모멘텀으로 제시해 목표주가를 3만1천 원에서 3만7천 원으로 올렸다. SK증권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AI 밸류체인에 본격 진입했다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4만4,500원으로 제시했다. 특히 AI용 고부가 회로박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기존 대비 1.7배, 2028년에는 5.7배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에 주목했다. 일부 리포트에서는 최근 한 주 동안 상승률 1위, AI·ESS 소재주 가운데 대표적인 리레이팅 사례로 꼽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영업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지는 만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속도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다시 조정될 수 있다는 경계도 공존한다. 당장 2025년까지는 적자가 예상되는 구간인 만큼, 투자자들은 계획된 CAPA 확대와 고객사 확보가 어느 시점부터 손익분기점 개선으로 이어질지, 추가 증설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산업 환경에서는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결정적인 외부 변수로 작용했다. 엔비디아가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뒤 전 세계적으로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이 재확인되며, 고성능 서버·PCB·동박 소재에 대한 투자 기대가 다시 커졌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전력기기, 2차전지와 첨단 소재주가 동반 랠리를 펼쳤고, 동박·회로박 업체들은 AI PCB·데이터센터 인프라 테마로 재분류되며 업종 베타가 크게 커졌다. 반면 전통적인 EV용 동박 시장은 북미·유럽 EV 수요 둔화와 보조금 정책 변화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입장에서는 AI·ESS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과제가 되고 있다.
테마 관점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정체성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2차전지 동박·전기차 배터리 소재 관련주로 분류됐다면,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회로박 소재주이자 ESS 배터리 소재주로 인식이 옮겨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재료는 3분기 실적 발표 당시의 실적 쇼크, AI·ESS 전환 전략 발표, 테크 데이 2025에서의 기술 로드맵 공개, 엔비디아 실적 이후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 등으로 요약된다. 시장에서는 AI 회로박 설비 확대와 북미 ESS 공급 확대 계획이 구체화될수록 뉴스와 리포트에 따라 주가가 단기 급등과 조정을 반복하는 테마형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일 업종 비교에서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영업이익률과 ROE 측면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삼성전기, 이수페타시스, LG이노텍 등에 비해 열위에 있다. 반면 PBR은 1배대 중반으로 이수페타시스의 0.8배대보다는 높고 일부 대형 부품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AI·ESS 성장 기대가 밸류에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비중이 낮고 기관과 개인의 회전율이 높아, 단기적으로는 뉴스와 리포트에 따른 테마성 매매 영향력이 크다. 요약하면 현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수익성과 ROE 면에서는 업계 약점을 안고 있지만, AI·ESS 전환 스토리와 그룹 지원, R&D 확대에 대한 기대가 주가와 PBR에 선반영된 구조로 볼 수 있다.
향후 전망과 투자 전략에서는 가격 레벨과 뉴스 모멘텀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3만6천 원 안팎 수준이 1차 지지선으로 거론된다. 이 구간을 지키면서 기관 매수세와 거래대금이 유지되면 4만3천~4만4,500원대, 최근 장중 고점과 일부 증권사 목표가 수준 재도전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반대로 3만6천 원선이 무너지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할 경우 3만3천 원대 전일 종가 부근까지 조정 폭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기 6개월 관점에서는 AI 회로박·ESS 매출 가시성, 북미와 글로벌 고객사 확대, EV 시장 정상화 속도에 따라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이 2025년 하반기 이후로 앞당겨질지, 더 늦춰질지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유의사항으로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현재 주가가 실적보다는 AI·ESS 전환 스토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실제 매출 기여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밸류에이션 재조정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리와 환율, 구리 등 원자재 가격, EV 수요 둔화, 북미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가 실적 회복 속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둘째, 최근 한 달 사이 상한가 수준 급등과 이틀 연속 신고가, 하루 10% 안팎 조정이 반복된 만큼, 단기 테마 장세 특유의 높은 변동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테크 데이와 목표가 상향 등 이벤트가 일단락된 이후에는 새로운 수주, 설비 확대, 고객사 확보 등 실질적인 뉴스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모멘텀이 약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AI·ESS 전환 스토리를 실제 실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증명할 수 있을지가 향후 투자 매력을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과 글로벌 수요 흐름, 금리·환율 환경에 따라 동사의 성장 경로와 주가 리레이팅 지속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