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학대 중단하라”…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노동자 시위, 양국 외교 이슈로 비화
현지 시각 11일, 방글라데시 다카 국외거주자복지 및 국외고용부 청사 앞에서 말레이시아 소재 ‘메디케람’과 ‘카와구치 매뉴팩처링’에 고용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학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400명 이상이 장기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반복적으로 학대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이주민 권익 단체 ‘이주민복지네트워크’가 주도했다.
이번 사태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문제가 제조업의 저임금, 노동권 침해 현상과 맞물리며 더 이상 기업간 분쟁을 넘어 양국 정부 간 외교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메디케람’ 소속 노동자들은 강제노동 등 부당대우를 고발하며 주요 고객사 ‘안셀’과 함께 말레이시아 당국에 공식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와구치 매뉴팩처링’ 직원들도 임금체불 사건을 말레이시아와 방글라데시 정부에 각각 제소했다.

이 같은 분규는 올해 5월에도 반복됐다. 당시 ‘카와구치 매뉴팩처링’의 방글라데시 노동자 약 280명이 공장 조기 폐쇄에 따른 수십만 달러 임금 미지급 문제로 다카에서 집단 시위를 벌인 바 있으며, 이후 고객사 ‘소니’, ‘파나소닉 홀딩스’가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로 주문을 중단하면서 현지 공장 가동이 마비됐다.
양국 정부는 외교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지 제조업체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지만, 이번 사건처럼 반복되는 학대 및 체불 논란이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방글라데시 정부 역시 자국 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어 관계 악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욕타임스(NYT)와 BBC 등 주요 외신은 “동남아시아 제조업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났다”고 분석하면서, 글로벌 바이어의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와 현지 정부의 지도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측의 공식 입장 표명과 신속한 임금지급, 합리적 노동 환경 조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노사 갈등과 공급망 불안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음주 방글라데시와 말레이시아 양국 정부, 그리고 관련 기업이 어떠한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국제사회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