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굿즈뽑기 픽코마쿠지"…카카오픽코마, 팬덤수익모델 확장 노린다
온라인 기반 캐릭터 굿즈 유통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의 새 수익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카카오픽코마가 일본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 만화·소설 플랫폼 픽코마에 오리지널 굿즈 온라인 뽑기 서비스를 결합하면서, 단순 유료결제 중심이던 비즈니스 구조가 팬덤 기반 머천다이징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캐릭터·라이선스 시장 성장 흐름 속에서 디지털 독서 경험과 실물 굿즈 소비를 연결하는 O2O 수익 모델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픽코마는 3일 오리지널 굿즈 전용 온라인 쿠지 서비스 픽코마쿠지 개시를 공식화했다. 쿠지는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뽑기 형태로 상품을 구매하는 구조의 디지털 추첨형 상거래 서비스다. 카카오픽코마는 픽코마쿠지를 기존 디지털 만화·소설 플랫폼 픽코마와 연동해, 작품 감상에서 굿즈 수집으로 이어지는 이용자 경험을 설계했다.

픽코마쿠지는 픽코마에서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을 기반으로, 플랫폼 전용 오리지널 굿즈를 별도 제작해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앱이나 웹에서 즐겨 보던 디지털 작품을 넘어, 해당 IP의 굿즈를 실물로 소장할 수 있다. 콘텐츠 소비가 화면 안에서 끝나던 구조에서, 일상 속 사용 가능한 실물 상품으로 확장되며 팬덤의 체류 시간과 지출 여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다.
특히 이번 서비스는 기존 디지털 결제 위주의 플랫폼 수익 구조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용자가 특정 작품에 몰입할수록 굿즈 뽑기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작품 인지도와 굿즈 판매가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픽코마는 픽코마쿠지가 작품 주목도뿐 아니라 IP의 장기적인 콘텐츠 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환경도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24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캐릭터·라이선스 시장 규모는 약 169억7800만달러로, 일본 전체 콘텐츠 시장의 13.5퍼센트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2028년 시장 규모가 약 198억8900만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캐릭터 IP를 둘러싼 라이선스·머천다이징 수요가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흐름에 있다는 의미다.
머천다이징 시장 세부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내 머천다이징 시장 규모는 2022년 6693억엔을 기록했다. 인기 캐릭터의 꾸준한 매출을 기반으로 소비자층이 확대됐고,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IP를 접한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굿즈를 구매하는 흐름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디지털 노출이 실물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어, 온라인 쿠지 형태의 서비스가 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접점이 된다는 평가다.
카카오픽코마는 이미 플랫폼 거래 규모 측면에서 일본 시장 상위권에 안착해 있다. 회사에 따르면 픽코마는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단일 플랫폼 기준 거래액 1000억엔을 돌파했다. 일본 앱 마켓에서도 게임을 포함한 전 분야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각종 이용자 실태 조사에서 만화 플랫폼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독자 기반이 탄탄한 만큼, 이를 실물 굿즈 수요로 전환하는 전략적 실험에 나선 셈이다.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는 이미 인기 웹툰·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피규어, 의류, 생활용품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과 북미에서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이벤트형 굿즈 판매에 더해 온라인 쿠지 플랫폼이 확대되는 추세다. 카카오픽코마가 픽코마쿠지를 통해 일본 현지에서 IP 머천다이징 경쟁에 본격 뛰어들면서, 국내 웹툰·웹소설 IP의 글로벌 굿즈 사업 확대 가능성도 함께 주목된다.
다만 온라인 쿠지 방식은 추첨형 상거래 특성상, 각국의 전자상거래 규제와 소비자 보호 기준을 충족하는 설계가 요구된다. 상품 구성과 당첨 구조, 환불 정책, 청소년 보호 기준 등에서 현지 법제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것이 플랫폼 신뢰 확보의 관건으로 꼽힌다. 일본 내에서 온라인 쿠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향후 규제 정비나 자율규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카카오픽코마는 픽코마와 픽코마쿠지를 하나의 팬덤 허브로 묶어, IP를 깊이 향유하고자 하는 독자의 수요를 장기적으로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김재용 카카오픽코마 대표는 픽코마가 모바일 기반 독서 환경을 확장해 작품과 독자를 더 가깝게 연결해 왔다고 강조하며, 픽코마와 픽코마쿠지를 통해 독자가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카카오픽코마의 온라인 쿠지 실험이 디지털 만화 플랫폼의 대표적 부가 수익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