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비만치료제 효과”…일라이릴리, 제약업계 첫 시총 1조달러 눈앞
비만과 당뇨를 겨냥한 GLP1 계열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미국 일라이릴리가 주도하는 차세대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세가 워낙 가팔라, 제약사로는 처음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가 약가 논란과 특허만료 리스크라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 제품이 자본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가늠할 분기점이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미국 바이오스페이스 보도를 인용해 21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 중심의 GLP1 파이프라인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달 들어 릴리의 시가총액은 9900억달러를 넘겼다. 이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GSK, 머크, 노보노디스크, 사노피, 화이자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에 맞먹는 규모로,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릴리가 차지하는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GLP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모방해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줄이는 기전의 약물 계열로,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폭넓게 쓰인다. 릴리는 이 계열에서 GLP1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향후 경구용 GLP1 후보 오포글리프론까지 승인받을 경우 세 제품의 합산 매출이 최대 101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기존 주사제 중심이던 GLP1 시장에 먹는 약이 추가되면 복약 편의성이 개선돼 잠재 수요층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시가총액 측면에서 제약사가 1조달러를 바라보는 것은 이례적인 흐름이다. 미국 증시에서 1조달러를 처음 돌파한 기업은 2018년의 애플이다.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조 단위 몸값을 형성했지만, 전통 제약기업 가운데에서는 릴리가 처음으로 이 고지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라는 구조적 요인, 생활습관병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 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사질환 치료제를 가진 회사의 가치가 과거보다 높게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격정책 변동은 변수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젭바운드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성장률과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일부 증권가는 약가 인하가 사용 장벽을 낮추면서 오히려 더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비만을 질환으로 적극 관리하는 보험 모델이 확산될 경우, 낮아진 약가와 높은 처방량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 구도에서는 노보노디스크와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노보노디스크 역시 GLP1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글로벌 시장을 키우고 있어, 두 회사는 당분간 대사질환 분야에서 빅테크 수준의 시가총액을 가진 특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후발 제약사들의 바이오시밀러와 새로운 기전의 비만 치료제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점유율 변동 가능성도 남아 있다.
릴리는 높은 매출과 시가총액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 과제도 마주하고 있다. 젭바운드와 마운자로의 특허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의약품이 시장에 진입해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허연장을 위한 제형 개선, 복합제 개발, 새로운 타깃을 겨냥한 차세대 대사질환 파이프라인 확보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 당국의 가격 통제, 보험 급여정책 변화, 장기 안전성 데이터에 대한 요구 역시 릴리가 해결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비만과 대사질환을 둘러싼 의학적 필요성과 재정 부담, 산업 성장의 균형이 향후 GLP1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약산업 전반에서는 일라이릴리가 1조달러를 실제로 넘어선 뒤에도 그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그리고 비만치료제가 의료와 보험, 공중보건 체계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