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입장에서 실체 규명”…안권섭 특검, 관봉권·쿠팡 의혹 수사 착수
검찰을 향한 특검 수사와 법무부의 결정이 맞물리며 사법 라인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특검 수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안권섭 특별검사는 6일 서울 서초구 센트로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관봉권 의혹과 쿠팡 의혹에 대한 수사 개시를 선언했다. 안 특검은 "어깨가 무겁다. 객관적 입장에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사 결과에 따른 합당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두 의혹 중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두 사건 다 중요하다"며 "우열을 가리지 않고 똑같은 비중을 두고 수사할 예정"이라고 답하며 균형 수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날 현판식에는 김기욱 사법연수원 33기, 권도형 변호사시험 1회 특검보와 수사단장을 맡은 김호경 사법연수원 37기 광주지검 공공수사부 부장검사가 함께 참석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7일 안 특검 임명 이후 사무실 마련, 특검보 인선 등을 마무리하며 수사 개시 준비를 진행해 왔다.
상설특검법에 따라 안권섭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최장 90일이다. 1차 수사 기간 종료 후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수사 상황에 따라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특검법은 상설특검팀을 특검 1명과 특검보 2명, 파견검사 5명, 파견공무원과 특별수사관 각 3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파견검사 5명 구성을 마쳤다. 수사단장을 겸하는 김호경 부장검사 외에 정성헌 사법연수원 39기 부산지검 부부장검사, 한주동 사법연수원 40기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장진 사법연수원 42기 청주지검 검사, 양귀호 변호사시험 2회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가 합류했다. 검찰 내 주요 공공수사·형사부 출신이 포진하면서 사건의 성격상 신속하고 정밀한 분석을 예고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봉권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당시 수사팀은 5천만원어치 한국은행 관봉권을 포함한 현금 다발을 확보했으나, 이후 수사 과정에서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 관리 부실 논란이 제기됐고, 정치권에서는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쿠팡 퇴직금 의혹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불기소 결정에서 비롯됐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올해 4월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이를 불기소 처분했다.
특히 이 사건을 담당했던 문지석 부천지청 부장검사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급자인 당시 엄희준 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문 부장검사의 국회 증언 이후 검찰 내부 지휘 체계와 수사 독립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 요구가 거세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두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을 통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상설특검 제도를 가동해 관봉권 의혹과 쿠팡 의혹을 동시에 수사하도록 결정했다. 여권 일각에서 검찰 자정 능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법무부는 외부 특검 카드를 선택했다.
상설특검이 실제 가동되는 것은 2021년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특검 이후 두 번째다. 그러나 검찰 내부를 직접 겨냥한 상설특검 수사는 처음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 조직 문화와 수사 관행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수사가 향후 정국의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봉권 의혹이 대통령실과의 연결 고리 논란과 맞물릴 경우, 야권은 책임론 제기를 강화할 수 있고, 여권은 정치 공세라고 맞설 가능성이 크다. 쿠팡 퇴직금 의혹은 대기업과 노동 문제, 검찰의 대기업 수사 태도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어 민심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수사 인력 배치를 마무리한 만큼 주요 관계자 소환과 압수수색 범위 설정 등에 착수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특검의 초기 수사 방향과 중간 결과를 놓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회는 특검 수사 경과에 따라 추가 제도 개선 논의를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