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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데이터로 시민 발걸음 읽는다”…KT, 수도권 생활이동 공개로 교통정책 고도화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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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기반 모빌리티 데이터가 수도권 교통정책과 도시계획의 정밀도를 끌어올리는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KT가 수도권 시민의 실제 이동 흐름을 250미터 격자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생활이동 데이터를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을 통해 공개하면서, 교통 혼잡 관리뿐 아니라 주거·의료·복지 인프라 설계까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를 공공 모빌리티 데이터 활용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KT는 3일부터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수도권 생활이동 데이터를 개방했다고 밝혔다. 해당 데이터는 서울·경기·인천 전역을 대상으로 시민 이동 패턴을 정밀 분석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수도권 교통정책, 도시계획, 생활 인프라 배치 등 행정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도권 생활이동 데이터의 핵심은 이동수단과 이동목적을 통합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 기차, 고속버스, 지하철, 버스, 차량, 도보 등 8종 이동수단을 통신 기반 알고리즘으로 자동 판별한 모빌리티 데이터에, 지난해 공개된 이동목적 데이터를 결합해 하나의 분석 체계로 묶었다. KT는 통신망에서 수집되는 위치·이동 시간 정보에 지하철과 버스 노선 일치도, 역·정류장·공항·터미널 방문 여부를 종합 반영해 실제 이용 수단을 분류하는 방식으로 정교도를 높였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설문조사 중심 교통 수요 조사 방식의 한계를 보완했다. 전통적인 교통조사는 주기적으로 표본을 추출해 응답을 받는 구조라 시의성·대표성 측면에서 제약이 컸지만, 통신 기반 데이터는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주기로 대규모 인구 이동을 포착할 수 있다. KT는 이를 통해 수도권 전역의 실제 이동 흐름을 250미터 격자 단위 고해상도로 재구성했다는 설명이다.

 

공개 데이터셋은 출발·도착 행정동, 시간대별 이동수단, 성별·연령대별 이동 인구, 이동거리·이동시간 등의 항목을 포함한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월·일 단위로 제공돼, 특정 시점의 혼잡 구간 분석부터 계절·요일 특성에 따른 이동 패턴까지 다양한 형태의 분석이 가능하다.

 

활용 범위는 교통정책을 넘어선다. 우선 교통 분야에서는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유입되는 통근·통학 흐름을 이동수단별로 비교해, 혼잡·병목 지점, 환승센터 후보지, 버스·지하철 노선 재조정 방향을 수립하는 데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연령대의 버스 환승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구간이 드러나면, 맞춤형 환승센터 구축이나 노선 직선화 정책을 설계하는 근거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이동목적 데이터와의 결합 효과가 크다. 출퇴근, 통학, 의료, 쇼핑, 여가 등 세분화된 목적과 실제 이동수단이 연결되면서, 정책 설계부터 집행·사후평가에 이르는 전 주기 행정을 데이터로 검증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고령층 차량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의료·복지시설 접근성 개선을 위한 도로 정비나 셔틀 노선 설계 방향을 도출할 수 있고, 청년층 지하철 이용이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역세권 주거 공급, 청년 주택, 상업·문화시설 배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생활 인프라 입지 선정에도 파급력이 예상된다. 병원, 학교, 쇼핑시설, 공공 문화공간 등은 현재도 인구 수와 행정구역 기준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KT 데이터는 실제 이동수요와 체류 패턴을 기반으로 최적 위치를 산출할 수 있어, 시설 간 중복 투자를 줄이고 취약 지역의 서비스 공백을 메우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정책 시행 전후 이동 변화 분석을 통해 정책 효과를 정량 측정할 수 있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검증하는 수단으로도 주목된다.

 

글로벌 도시 데이터 경쟁과 비교하면, KT의 시도는 통신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해외에서는 위치 기반 서비스 앱, 교통카드, 내비게이션 데이터 등이 도시 교통 분석에 쓰이고 있지만, 통신사 수준의 광범위한 인구 커버리지와 고해상도 격자 분석을 결합한 공개 데이터는 드문 편이다. 특히 국내에서 이동 목적과 수단을 하나의 체계로 결합한 통합 모빌리티 데이터가 개방되는 것은 처음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다만 데이터 활용 확산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비식별화 기준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 데이터는 민감한 위치 정보와 결합될 수 있는 만큼, 집계 단위·격자 크기·속성 조합에 따라 재식별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개되는 데이터는 개별 이용자가 아닌 집계 단위로 제공되지만, 향후 다른 공공·민간 데이터와의 결합 분석이 늘어날수록 데이터 보호 기술과 제도적 가이드라인 정비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KT는 이번 수도권 데이터를 시작으로 중앙정부, 서울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확대해 교통, 주거, 도시계획 정책 고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영걸 KT 서비스상품본부장은 이동목적과 수단을 결합한 데이터가 수도권 시민 생활 이동 전 과정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전국 최초 통합 모빌리티 데이터라고 강조하면서, 공공정책 수립의 근거 데이터를 지속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시와 교통 분야에서는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이미 국제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산업계는 KT의 생활이동 데이터가 실제 행정 현장에서 어떤 정책으로 구현되고, 교통 혼잡 완화와 생활 인프라 개선에 얼마나 기여할지 주시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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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수도권생활이동데이터#서울시열린데이터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