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질서 지키려는 저항 인정한 결정"...국민의힘, 패스트트랙 벌금형에 엇갈린 평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국민의힘의 반응이 다시 격돌했다. 사법부가 전현직 의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해 의원직 상실을 피하게 하면서도 유죄를 인정하자, 여야는 판결의 의미를 두고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도 함께 거론되며 정치권 전반에 파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20일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에서 자당 현직 의원 전원이 벌금형을 선고받자,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점이 인정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지만, 형량을 벌금형으로 제한해 피선거권 박탈 기준인 금고형 이상 선고를 피하게 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법원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유죄 취지로 판단한 것은 아쉽지만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저항이었음을 분명히 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 과정에 책임을 돌리면서 판결의 정치적 의미를 강조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 운영의 기본 원칙이 짓밟히고 절차와 합의의 정신이 무너졌다는 점을 법원이 외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를 지키기 위해 야당이 선택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저항,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고통스러운 항거의 명분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검찰 수사와 기소 방향을 겨냥한 공세도 이어갔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 사태의 책임은 대화와 협상을 거부하고 국회의 폭력 사태를 유발한 거대 여당의 오만에 있다"고 비판한 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를 포기했던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항소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도 국민과 함께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이번 판결을 직접 연결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 처리와의 형평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판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 충돌의 성격을 다시 규정하며 정치적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충돌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헌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저지선이었다"고 말하며 당시 행동을 헌법 질서 수호 차원에서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어 "작금의 현실은 우리의 저항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거론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로 확인됐고, 논란만 일으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예산만 먹는 하마가 됐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도입된 제도들이 정치적 논란과 제도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며, 야당의 강경 저지 시도가 결과적으로 정당했다고 강조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심 판결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내놓은 반응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정 대표는 1심 판결을 두고 조희대 사법부의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국민들께서 충분히 납득 가능한 판결"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찰의) 대장동 항소포기는 이재명을 봐주기 위한 것이 명백하다"고 역공을 펼치며 민주당과 검찰을 동시에 겨냥했다.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 보좌진으로 참여했던 이들도 사법부 판단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당시 국회의원들과 함께 행동했던 세 명의 보좌진에게 각 1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했어야 할 일이 끝내 사법부 판단으로까지 이어진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입법과 정치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정치적 조정이 아닌 형사 재판으로 이어진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다.
이와 맞물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한 비판도 계속 제기됐다. 개혁신당 이기인 사무총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항소 자제라고 표현한 것을 겨냥해 "과연 검찰이 이 건도 항소 자제 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와 제3지대 정치세력까지 합류해 검찰의 향후 항소 결정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견제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회 내 물리력 행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다수 야당이 폭주했다고 해서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점거하고 계엄을 선포할 수 없는 것처럼 국회의 폭력도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정 질서 수호 명분과 별개로 국회 내 폭력은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로 의원직은 유지하게 됐지만 이것이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판결로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했더라도, 제도와 절차를 지키는 국회의 책임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이 반복돼온 악순환을 끊기 위한 자기경계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판결을 둘러싼 여야 공방과 검찰 항소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이 맞물리면서, 정치권은 다시 긴장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검찰이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해 어떤 항소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국회 논쟁 수위와 여야 공방의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정치권은 헌정 질서 수호와 국회 폭력 금지라는 두 축 사이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