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트코인 하락, 셧다운 탓 보기 어렵다”…온체인 분석가들, 레버리지 청산에 무게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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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20일,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가 비트코인(Bitcoin) 가격 조정의 배경을 짚은 보도를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시장 구조로 향하고 있다. 이번 분석은 미국(USA) 정부 셧다운 종료나 인공지능(AI) 기술주 버블 우려보다 과도한 선물 레버리지와 글로벌 유동성 둔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해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최근 8개월래 최저 수준까지 밀리며 10월 기록한 12만5,100달러 고점 대비 뚜렷한 조정 구간에 들어갔다. 온체인 분석가 Rational Root는 유튜브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이번 하락을 미국 정부 셧다운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며 “선물 시장에 쌓여 있던 레버리지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격 하락을 “새로운 상승 여지를 만들기 위한 초기 리셋 과정”으로 규정하며 구조적 약세 전환과 선을 그었다.

비트코인 조정, 미국 셧다운·AI 버블 탓 아니라는 분석…과도한 레버리지와 유동성 둔화가 핵심
비트코인 조정, 미국 셧다운·AI 버블 탓 아니라는 분석…과도한 레버리지와 유동성 둔화가 핵심

AI 버블 확산설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비트코인 분석가 PlanB는 엔비디아(Nvidia)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점을 근거로 “기술주 전반이 거품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은 과장됐다”며 “비트코인 조정의 직접적 원인으로 AI 버블을 거론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AI 관련 성장주의 동조 움직임을 인정하면서도 “단기 자금 흐름이 일부 겹칠 뿐, 동일한 버블로 묶어 해석할 근거는 약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가격이 13.90% 하락하는 동안 투자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맥락에서 나왔다. 영국(UK) 온라인 브로커 인터랙티브 인베스터(Interactive Investor)의 빅토리아 스콜러(Victoria Scholar)는 “AI 버블 우려와 일부 대형 기술 기업에 대한 쏠림이 심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같은 투기적 자산 비중을 축소했다”고 설명했지만, 코인텔레그래프는 이런 반응이 매크로 환경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가 제시한 분석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비트코인 하락의 주된 원인을 ‘레버리지 과잉’에 두는 주장은 선물 미결제약정 추이와 온체인 포지션 지표 등 일부 데이터를 참고한 해석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선물 청산 규모나 거래소별 공매수·공매도 비중과 같은 정량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청산이 단기 변동성을 키운 것은 맞지만, 글로벌 M2 축소, 기관 투자자의 리스크 회피, 규제 환경 변화 등 복합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기 사이클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린다. Rational Root 등은 4년 주기 반감기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하며, 이번 조정이 “과열을 식히고 다음 상승장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본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 셧다운 해제 이후 금융당국의 업무가 정상화되면서 2026년 상장지수상품(ETF) 승인·심사 일정이 다시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에 주목한다. 규제 절차 재개가 중장기적으로 제도권 편입 기대를 키우는 호재인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심사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확대해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거시 환경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중국(China)의 자본 통제 강도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 여전히 제약된 상태다. 월가 일부 매크로 헤지펀드는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고위험 자산으로 병행 인식하며 포지션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등 주요 매체도 최근 분석 기사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더 이상 순수한 투기 게임이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과 규제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조건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우선 반복된 기술적 조정과 레버리지 축소가 마무리되고, 글로벌 유동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안정적으로 유입될 경우 점진적 회복 흐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대두된다. 반대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각국 규제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비트코인은 구조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받으며 변동성 높은 박스권에 갇힐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위험 선호의 온도계’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조정이 단기 조정에 그칠지 구조적 국면 전환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글로벌 유동성 여건과 규제 환경, 레버리지 축소 속도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지속되면서 비트코인 향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조정 이후 시장 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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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rationalroot#pla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