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XRP 원장에 네이티브 스테이킹 검토”…리플, 합의 구조 수정 논의에 시장 촉각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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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25년 11월 20일, 미국(USA) 암호화폐 업계에서 리플 XRP(엑스알피) 원장(XRPL)에 네이티브 스테이킹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 확산하고 있다. 리플(Ripple) 기술진이 블로그와 외신 인터뷰를 통해 합의 구조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토크노믹스와 네트워크 보안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번 논의는 결제 특화 블록체인으로 설계된 XRPL이 스테이킹 기반 인센티브 모델을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가 되는 국면으로 평가된다.

 

현지시각 기준 20일, 디지털 자산 전문 매체 디크립트(Decrypt)는 리플X 엔지니어링 총괄 J. 아요 아킨예일레(J. Ayo Akinyele)의 발언을 인용해 “XRPL에 네이티브 스테이킹 도입 가능성을 탐색 중”이라고 전했다. 아킨예일레는 같은 날 게시한 블로그 글에서 “XRP의 활용도가 새 기능과 함께 확장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스테이킹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언급하며 논의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스테이킹은 보유 자산을 일정 기간 잠가 합의 과정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리플 XRP 스테이킹 논의 확산…합의모델 수정 가능성 부상
리플 XRP 스테이킹 논의 확산…합의모델 수정 가능성 부상

아킨예일레는 스테이킹 도입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보상 재원 마련과 공정한 분배 구조를 제시했다. 현재 XRPL은 거래 수수료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스팸을 억제하고 토큰 공급을 조정해 왔는데, 스테이킹 보상을 위해 수수료를 소각 대신 재분배하는 모델을 채택할 경우 원장 핵심 단계 설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 XRPL 설계 목표가 “효율적인 가치 이전과 글로벌 유동성 강화를 위한 경량 결제 인프라”에 있었다고 짚으면서, 스테이킹 구조가 이러한 철학과 충돌할 소지도 인정했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 리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어 두 가지 ‘개념 모델’을 제시하며 내부 논의 방향을 공유했다. 첫 번째 모델은 내·외부 레이어를 분리한 2단계 합의 구조다. 외부 레이어는 현행 XRPL 합의 메커니즘을 유지하면서 프로토콜 수정과 수수료 정책을 감독하고, 내부 레이어는 약 16개 밸리데이터를 스테이킹 기반으로 선출해 실제 거래 합의와 슬래싱(위반 시 페널티)을 관리하는 구상이다. 두 번째 모델은 기존 합의 체계를 유지하되 제로지식증명(ZK)을 도입해 수수료 지불 여부와 검증 기록을 암호학적으로 확인하는 구조로, 스테이킹과 유사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합의 코어는 크게 바꾸지 않는 방안으로 소개됐다.

 

슈워츠는 그러나 두 모델 모두에 대해 “기술적으로 유망하지만 현실 적용까지는 복잡성과 위험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XRPL이 출범 당시부터 “신뢰 기반 안정성과 예측 가능한 처리 속도”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 왔다고 강조하면서, 토큰을 담보로 한 스테이킹 구조가 밸리데이터 간 이해 상충을 키우거나 탈중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잠재 리스크로 지적했다. 스테이킹 모델이 규제상 증권성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우려도 언급되면서, 조기 도입 기대는 한층 낮아진 모습이다.

 

보도 시점 기준으로 XRP 현물 가격은 24시간 동안 약 0.2% 상승해 2.13달러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반응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스테이킹 도입이 장기적으로 네트워크 수익 모델과 보안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주요 거래소와 기관투자자들도 향후 논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 암호화폐 프로젝트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기존에 수수료 소각과 중앙 발행 물량 관리에 의존해 온 프로젝트들이 스테이킹 인센티브를 결합하는 방향을 모색할 경우, 글로벌 디파이(DeFi) 생태계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 보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검증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스테이킹이 보안성과 참여 유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은 이론적으로 가능성이 있지만, 리플이 내놓은 모델은 아직 “초기 개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할 구체적 기술 자료가 부족한 상태다. 특히 XRPL은 수수료 소각을 통해 토큰 공급을 통제해 왔기 때문에, 수수료 재분배 모델로 전환하면 장기 공급 곡선과 가격 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일부 분석가는 “스테이킹 도입은 XRP 보유자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해 참여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소수 밸리데이터와 대형 보유자에 권한이 집중될 경우 XRPL이 표방해 온 개방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럽(EU)과 미국(USA)에서 강화되는 암호화폐 규제, 특히 스테이킹 서비스에 대한 증권성 판단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해외 주요 매체들도 리플의 움직임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디크립트는 “결제 특화 네트워크였던 XRPL이 인센티브 구조 개편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진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했고, 다른 글로벌 암호화폐 매체들은 “스테이킹 도입 논의가 미성숙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이 논의가 미중 간 디지털 금융 패권 경쟁,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정비 흐름 속에서 XRPL의 전략적 위치를 재조정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개발 난이도, 규제 환경, 커뮤니티 의견, 토크노믹스 재설계 여부가 도입 여부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스테이킹 구조가 실제로 채택된다면 XRP 보유자의 참여 모델과 보상 체계가 확대될 수 있으나, 합의 구조 변경에 따른 기술적 리스크와 가격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XRPL 스테이킹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리플이 효율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는지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논의가 실제 프로토콜 변경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결과가 디지털 자산 규제와 시장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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