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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트윈터널, 촉촉한 산사”…밀양, 흐림 속에서 빛나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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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트윈터널, 촉촉한 산사”…밀양, 흐림 속에서 빛나는 일상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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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에 길을 걷는 일이 특별해졌다. 예전엔 비가 여행을 방해한다고 여겼지만, 밀양에서는 오히려 흐림과 촉촉함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도심 속 자연과 오래된 역사가 어우러지는 이곳에서는 빗줄기마저도 일상의 일부가 된다.

 

최근 밀양을 찾는 이들은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여행을 즐긴다. 트윈터널에서는 다채로운 LED 조명이 온통 빛을 쏟아내, 비 오는 날에도 환상적인 포토존이 된다. 색색의 조형물 속을 거닐며 “비가 와서 더 낭만적인 풍경 같다”고 느끼는 방문객들도 많아졌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추색의 위양지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추색의 위양지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관광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트윈터널·천문대 등 실내외 복합 명소 방문은 날씨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역시 최근 야간 프로그램 예약이 꾸준히 이어진다. 국내 최초 외계인 테마 천문대라는 호기심, 그리고 도시 가까이에서 우주를 누리는 신선함이 함께 작용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위로를 찾는 ‘도심 속 피서’가 하나의 취향”이라고 분석했다.

 

비 오는 표충사 산사에도 걷는 이들이 늘었다. “촉촉한 숲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다”는 후기가 많다. 부모와 자녀가 나란히 걷거나, 홀로 산사를 찾는 20~30대도 익숙해진 풍경이다. 한 문화해설사는 “사찰은 고요와 여유를 주는 장소, 비 오는 날 오히려 옛 정취가 살아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흐림이 더 예쁘다”, “사진 찍으러 갔다가 비에 젖었는데 추억이 오래 간다”는 이야기가 잇따른다. 단지 ‘날씨에 상관없는 곳’이 아니라, 일부러 흐린 날을 골라 떠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제 여행지에서의 작은 변화가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내고 있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차분해진 트윈터널의 불빛, 산문 밖으로 번지는 표충사의 안개까지. 그 모든 순간이 흐린 날의 밀양을 특별하게 만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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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트윈터널#표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