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H 겨냥 바노글리펠 데이터 축적…메타비아, 후속임상 가속 나섰다
GPR119를 표적하는 경구용 신약 후보가 MASH 치료제 시장 공략을 위해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가 개발 중인 바노글리펠 DA-1241은 계열 내 최초 기전으로 간 염증과 섬유화를 동시에 개선하면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과 동반 대사질환을 한 번에 겨냥하는 전략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국가 학회에서 연이어 공개된 데이터가 향후 후속 임상 설계와 파트너십 협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타비아에 따르면 바노글리펠은 GPR119 작용 기전의 퍼스트 인 클래스 경구 신약 후보물질로,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장내 인크레틴 GLP-1, GIP 분비를 자극하는 메커니즘을 갖는다. 초기에는 이 같은 특성에 기반해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주요 타깃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그러나 동물실험 과정에서 간세포에 직접 작용해 염증과 섬유화를 줄이는 효과가 관찰되면서, 비알코올성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으로 정의가 바뀐 MASH 영역으로 적응증 전략을 전환했다. 고령화와 비만 유병률 증가로 글로벌 환자 수가 급증하는 영역인 만큼, 새로운 기전의 경구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도 반영된 움직임으로 보인다.

임상 개발 단계에서는 중간 데이터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메타비아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에 2상 임상시험계획 IND를 제출했고, 이후 2a상 시험을 계속 수행하기 위한 안전성 심사위원회 승인을 확보했다. 이번 2a상은 바노글리펠 단독요법과 위약을 비교하는 파트1, 바노글리펠과 시타글립틴 병용투여군과 위약을 비교하는 파트2로 나뉘어 설계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두 파트 모두에서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의 신호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간 기능과 조직 변화를 반영하는 다양한 바이오마커에서도 개선 효과가 관찰되고 있다. 혈액검사 상 ALT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ALT는 간세포 손상 여부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라는 점에서 약물이 간 염증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동시에 간조직 생검 대신 활용되는 비침습적 평가 도구에서도 CAP, FAST, MRI PDFF 등 핵심 지표가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CAP은 간 내 지방량을 초음파 신호 감쇠 수준으로 평가하는 지표이며, FAST는 간 섬유화와 염증을 복합적으로 반영하는 점수 체계, MRI PDFF는 자기공명영상 기반으로 간 지방 함량 비율을 정량화하는 기술이다.
다국적 학회에서 공개된 세부 데이터는 수치로도 의미 있는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EASL Congress 2025에서 메타비아는 ALT 기준값이 40에서 200 단위 리터 범주인 환자군에서 바노글리펠 투여 용량이 높을수록 ALT 감소 폭이 커지는 용량 의존적 패턴을 발표했다. 특히 100밀리그램 투여군에서는 ALT가 평균 22.8 단위 리터 줄었다. MASH 진행 정도를 비침습적으로 평가하는 FAST, CAP, MRI PDFF, NIS 4에서도 유의한 개선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평균 FAST 점수는 0.559에서 0.371로 낮아져 간 섬유화와 지방 축적이 동시에 완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CAP 기준 지방간 정도는 DA 1241 100밀리그램 투여군에서 23.0 데시벨퍼미터 감소했지만 위약군에서는 1.4 데시벨퍼미터 감소에 그쳤다. MRI PDFF로 측정한 간 지방 함량 역시 기저선 대비 19.9퍼센트 줄어, 지방 축적 억제 효과를 뒷받침했다. 조직 생검 없이 영상과 수치 기반 지표만으로도 질환 개선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 향후 후기 임상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도 대사질환 동반 효과를 입증하는 데이터가 더해졌다. 메타비아는 이달 7일 미국간학회 The Liver Meeting 2025에서 2a상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는 간 관련 주요 지표뿐 아니라 혈당 조절 개선 효과가 강조됐다. 전체 환자의 절반은 비당뇨병 환자였음에도 당화혈색소는 4주차에 0.37퍼센트포인트, 8주차에 0.41퍼센트포인트, 16주차에 0.54퍼센트포인트까지 감소했다. 체중 변화와 관계없이 혈당 조절이 개선됐다는 점은, 체중 감소를 통해 간과 대사 개선을 유도하는 기존 일부 약물과 달리 직접적인 대사 조절 기전을 갖는 약물임을 시사한다.
이 같은 특징은 향후 MASH 치료제 포트폴리오 내에서의 포지셔닝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FXR 작용제, GLP 1 수용체 작용제, PPAR 작용제 등 다양한 기전의 후보들이 경쟁 중이다. 상당수는 지방간과 간 섬유화 개선에 초점을 두지만, 혈당과 지질대사 등 전신 대사 개선 효과는 기전 별로 편차가 크다. 바노글리펠처럼 간 병변과 혈당을 동시에 겨냥하는 계열 내 최초 약물은, 비만과 당뇨를 동반한 MASH 환자가 많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차별화된 치료 옵션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다만 글로벌 규제 환경과 경쟁 구도는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은 이미 여러 MASH 파이프라인을 대상으로 간조직 생검 기반의 섬유화 개선, 장기 안전성 데이터를 면밀히 요구하고 있다. 비침습적 지표는 보조 지표로 활용되지만, 최초 허가를 위해서는 조직학적 개선을 입증해야 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FXR 계열 등 선두 후보들이 후기 임상 단계에서 안전성 우려와 효과 크기 문제로 좌절한 사례도 존재한다. 바노글리펠 역시 향후 2b상과 3상에서 충분한 환자 수와 장기간 추적 관찰을 통해 섬유화 단계별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MASH 치료를 겨냥한 후보물질들이 후기 임상에 진입했거나 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어, 후발 주자는 차별화된 기전과 병용 전략을 통해 진입 장벽을 넘어야 한다. 동아에스티와 메타비아는 GPR119라는 독특한 타깃과 경구 제형의 편의성을 앞세워, 단독요법뿐 아니라 DPP 4 억제제 시타글립틴과의 병용요법 가능성까지 함께 탐색하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병용 임상에서 시너지 효과가 명확히 입증될 경우, 실제 진료환경에서의 사용 시나리오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향후 개발 일정과 사업 전략에서도 선택의 분기점이 예상된다. 메타비아는 2a상 결과를 바탕으로 용량, 투여 기간, 대상 환자군을 세분화한 2b상 설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다기관 시험 구조를 채택하고, 동반 바이오마커 전략을 병행해 환자 선별 효율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개발이나 라이선스 아웃 협상에서 이번 학회 데이터가 핵심 협상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MASH 환자 규모와 치료 미충족 수요를 감안할 때,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블록버스터급 매출로 이어질 여지도 남아 있다.
규제·정책 환경의 변화도 변수다. 미국에서는 고위험 MASH 환자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험·급여 논의가 진행 중이고,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간질환 조기스크리닝 프로그램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비침습적 진단 기술과 경구 치료제의 조합은 국가 차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어, 허가와 급여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바노글리펠처럼 대사질환 개선을 동반하는 약물은 장기 합병증 감소 측면에서 비용 효과성을 인정받을 여지도 있는 만큼, 후속 임상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강경제학적 데이터 수집이 요구된다.
메타비아 관계자는 바노글리펠이 간과 대사 기능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MASH 치료제 시장에서 차별성과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2b상과 3상에서 구조적 간 섬유화 개선과 장기 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바노글리펠이 MASH와 대사질환을 함께 겨냥하는 복합 타깃 치료제 전략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 후보물질이 치열한 글로벌 MASH 경쟁 속에서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