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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로부터 금품 없었다"…전재수·김규환, 경찰 강제수사에 정면 반박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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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경찰과 정치권이 정면 충돌했다. 강제수사에 착수한 경찰에 맞서 관련 인사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여론전에 나서면서 향후 수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5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정치권 인사들은 연이어 입장을 내고 불법 자금 수령을 부인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는 특별전담수사팀이 꾸려진 가운데, 강제수사 대상이 된 전·현직 정치인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며 정면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오후 8시께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에서 나와 취재진과 만나 "통일교로부터 그 어떤 금품수수도 절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압수수색 직후부터 줄곧 무관함을 주장해 왔으며, 이날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 전 장관은 "일정을 보완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 언론에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며 "별도로 기자간담회를 열든 언론인 여러분을 뵙든 해서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보다 구체적인 설명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변호인인 이용구 변호사와 함께 이날 오전 11시 20분께부터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참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장관은 같은 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도 글을 올려 "분명히 불법적인 금품 수수 등의 일은 추호도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적었다.

 

각종 통일교 행사 참석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을 내놨다. 전 전 장관은 지역구 유권자들을 평소 형님, 누님으로 부른다고 설명하며 "형님, 누님들이 교회를 다니든, 성당을 다니든, 절을 다니든 제게는 소중한 형님이자 누님이고 너무나 소중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 행사에 국회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자들과 함께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자서전을 들고 촬영한 사진 등을 스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사진 관련 의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재 대한석탄공사 사장을 맡고 있는 김규환 전 의원도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맞섰다. 그는 이날 특별전담수사팀이 설치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적인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세상을 살다가 죽고 싶을 만큼 억울한 게 뭔지를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수사에 따른 정치적·사회적 타격을 호소하며 강경한 억울함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의혹 제기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향해 "윤영호라는 사람과는 전화 한 통도 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확인되지 않은 범죄자 한마디 말로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철저히 민·형사상 책임을 물겠다"고 경고했다. 향후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면서 경찰 수사와 별개로 명예훼손 공방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 전 의원 측근인 장승호 한국석탄광물주식회사 사장은 통일교 측 내부에서 이른바 배달사고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장 사장은 "여러 증거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해,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관련한 또 다른 쟁점이 부상할 여지를 남겼다.

 

김 전 의원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2018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통일교 주최 행사 2018 아시아·태평양 서밋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일교 측은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 5명을 초청해 항공료와 숙박비 등 체류비를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정양석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숙박비나 체류비 등을 통일교가 지원해준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현안 청탁이나 정책적 대가를 전제로 한 지원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통일교가 세계적 규모의 행사를 치르며 교단 위세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 국회의원을 해외로 초청했고, 그 과정에서 체류비를 대신 부담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한학자 총재 비서실 사무총장이었던 윤 전 본부장도 네팔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핵심 인사가 행사 현장에 함께 있었던 만큼, 향후 경찰 수사에서 행사 초청 경위와 비용 지원의 목적, 정치권과의 접촉 내용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통일교 관련 금품 수사에 여야 인사가 동시에 거론되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여야는 공식적인 조직 논평을 자제하며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사건 성격상 향후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 요구나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 특별전담수사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과 관계자 소환 조사를 병행하며 금품 수수 여부를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정치권은 강제수사 정당성과 금품 의혹 실체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어, 향후 국회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관련 현안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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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김규환#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