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 논란”…국민의힘, 리더십 공백 장기화 우려
보수 정당의 리더십 공백과 내홍이 장기화하는 모습은 IT와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정책에도 직간접 영향을 준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육성 전략은 정권과 여당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속도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과 당 재편 구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업계는 규제 혁신과 세제 지원, 국가 연구개발 로드맵의 연속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한동훈 전 대표와의 동행이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으며, 여권 내부 권력 구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최고위원은 그간 보수 진영이 선거 때마다 빅텐트 전략으로 외연 확장에만 치중해 왔다고 평가하며, 부피 중심 확장 전략이 오히려 조직 취약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합당 사례를 언급하며 외형 확장보다 내부 결속과 가치 정렬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당을 가치 집단이라고 규정하며,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적 가치 지향이 불분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까지의 행보만 보면 보수, 좌파, 중도 중 어디에 속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표 등 당의 리더로서 책임 위치에 있었음에도, 향후 리더십 구조 속에서 함께하기 어렵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양측 관계는 회복이 쉽지 않은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갈등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 사안을 당내에서 큰 이슈로 규정하며, 당원들의 조사 요구가 반복돼 온 만큼 피할 수 없는 파도였다고 평가했다.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손을 뗀 사안인 만큼 향후 징계 수위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절차에 따라 윤리위원회가 논의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리위원장이 선임되는 즉시 한 전 대표 등 관련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앞서 30일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과거 한 전 대표의 가족들이 당원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게시물들은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적 사설과 칼럼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는 해당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으나, 이후 가족들이 당원게시판에 비판적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을 나중에 인지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치 리더십 혼선과 당내 징계 국면은 첨단 산업 정책의 중장기 연속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 인센티브, 바이오헬스 국가전략, 국가데이터 인프라 구축, 인공지능 규제 체계 등은 정당 내 노선 갈등과 대권 구도에 따라 우선순위가 뒤바뀔 여지가 있다. 특히 빅테크 과세, 플랫폼 규제, 원격의료 제도화, 혁신 신약 지원 정책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서는 여당의 리더십 공백과 내홍이 법제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여당 내 가치와 노선이 정리되는 과정이 지나친 정치 불확실성으로 번질 경우, 국내외 투자와 연구개발 의사결정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AI 규제 논의, 바이오 클러스터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내부 갈등을 신속히 정리하고 중장기 산업 비전을 재확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새 리더십 구도가 향후 IT와 바이오 전략에 어떤 방향성을 부여할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